라던지

by Hache

벚꽃이 만개했다. 사람들이 석촌호수로 몰려든다고 한다. 수서로 가는 지하철도 만원이었다고.

세 해 째, 벚꽃이 핀 동네길을 걸으며 가장 좋아하는 사진 명소를 만들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유독 이때에만 저 파란 동그라미가 그리도 마음에 들어온다. 이유는 모른다.

뭘 했다고 괜스레 내 마음이 요동쳤다. 지난 한 주간 타인의 꿈을 쫓아 홍대로, 혜화로, 새로움을 만나러 다녔다.

고됐지만 보람이 있었다. 돈 되는 일이 아님에도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백 퍼센트의 거짓으로 진실을 만들어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내가 아닌 그들이 빛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잠시나마 그들이 내뿜는 빛이 반사됐다. 나도 조금은… 욕심은 내지 않기로 한다.

현대카드 M포인트를 70프로 사용해 치즈빵과 깜빠뉴를 삼천 원에 샀다. 벚꽃도 좋지만 역시 토요일의 오전에는 빵과 커피가 진리.


꽃놀이도 좋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느껴지는 일체감, 고양감도 좋다. 좋지만 이제는 내 정원, 그리고 매화나무 한그루의 행복이면 충분하다. 정원도, 매화나무도 없는 삭막한 아파트촌이지만 생활에 맞춰 한쪽이 푹 꺼진 소파, 그리고 오래간만에 마음에 맞는 에세이집 한 권으로 만족한다. 작은 창밖의 하늘, 뒷베란다 건조기의 작은 소음, 다 마신 커피잔에 물을 채우고 넣어둔 발포비타민의 노랑. 뭐, 이런 것들이면 충분하지 않나? 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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