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별이 네 개 보였다. 다이아몬드 형태였던가 그냥 정사각형이었던지. 붉고 밝게 빛났다. 주위를 실린더 형태로 둘러싼 별무리가 또 가득했다.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어서 그 가운데 유독 붉은 별 네 개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은 온통 암흑. 암흑이지만 하얀 별무리 덕분에 어둡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았다. 그저 붉은 별 네 개에 온통 시선을 뺏겨 내가 무엇인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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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 십일 분. 사분의 일쯤 덜 쳐놓은 거실 커튼 밖으로 희뿌연 하늘이 보인다. 검정 바탕을 칠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흰색 물감을 가득 부어 손바닥으로 마구 문질러버린 듯 희뿌옇게 되어 콘크리트 육면체들도 경계를 잃었다. 희게 빛나는 교회 간판 글자만이 그 경계를 뚜렷이 한다. 사방은 고요하다. 롯데물류센터에서 택배일을 하러 새벽 다섯 시부터 움직이는 윗집 노부부도 아직 잠든 시간. 침묵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어둠과 안개에 도시가 잠식됐다. 그리고 이곳엔 네 개의 붉게 빛나는 별이 없다. 하얀 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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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지니고 살아왔다. 아직 별이 빛난다고 악을 써댔다. 남을 속이고 나를 속였다. 새벽 네 시 사십칠 분의 침묵과 안개에 파묻혀 깨닫는다.
‘아, 이제 없구나.‘,
’있어도 없구나.‘,
’찾으면 안 되는구나.‘,
라던지.
악다구니 쓰며 별만 찾으면 안 되는구나. 이젠 나를, 주변을 돌아봐야 하는구나. 별 하나 없는 희뿌연 안갯속 콘크리트처럼, 홀로 어딘가를 향하는 이름 없는 트럭처럼, 나도 하나가 되어야 하는구나, 경계 잃고 흐려진 배경 속으로 녹아들어야 하는구나.
언제부터인가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형광등은 켜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