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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9)

by 자유 창조


'하와이 국립 화산공원'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지금도 화산활동이 이뤄지는 활화산인데 용암의 점도가 낮고 화산활동이 격렬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분화구 트레킹과 용암이 흘러내린 것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이곳은 하와이를 방문한 사람에게 꼭 한번 추천한다. 공원 입구에서 매표를 하고 몇 분을 차로 이동하여 정보를 얻을까 하여 잠시 기념품을 파는 곳을 들렀다. 방문객들로 붐볐으나 대략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잠시 화장실도 들렀다가 서둘러 화산으로 향한다. 화산으로 향하는 길도 역시나 길게 뻗은 직선 길과 대자연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하긴 화산이 활동 중인데 건물들을 지어 개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길을 따라가 보니 넓은 주차장이 나왔고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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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탄식밖에 안 나온다.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지만 화산 근처로 갈수록 후끈한 느낌이 더 난다. 자연이 이렇게 위대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서울 정도이다. 분화구 안은 마치 지옥처럼 모든 걸 태워버려서 그런지 컴컴하다. 그 속으로 버리고 싶었던 내 생각들을 마음껏 던져버린다. 인종을 가리지 않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는 모두들 숙연한 것 같다. 우리처럼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처음엔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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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이 워낙 넓다 보니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빅아일랜드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 일정에 대해 서로 칭찬하며 돌아 나오는 길에 우스꽝스러운 사진도 몇 컷 찍어본다. 대자연 앞에 선 이미 우리도 어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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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걷고 다소 격렬한(?) 사진들을 찍다 보니 모두들 출출하다. 이미 점심시간이 다 되어 점심식사 장소로 계획한 '볼케이노 하우스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이곳은 해발 1,200미터에 위치하여 활화산의 분화구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1846년 오픈하여 약 18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창가 자리는 예약을 해야만 앉을 수 있는 명소라고 한다. 영어가 짧아 예약까지는 못하고 현장에서 바로 웨이팅 하여 입장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 창가 자리가 배정되었다. 요즘 말로 완전 럭키비키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로 골라 주문하고 식사를 하는 데 보통 관광지에서 먹는 수준이 아니다. 긴 역사만큼 음식 수준도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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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화산섬의 진면목인 '푸날루우 블랙 샌드비치'로 향한다.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돌아 나오는데 길을 헤매다 입구 쪽으로 돌아서 나왔는데 보안관이 따라온다. 내가 주차장에서 역주행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표지판을 못 봤다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훈방조치로 끝났다. 한국에서도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는데 하와이에서 보안관에 잡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한다. 굳은 용암이 잘게 부서져 만들어진 검은 모래 때문에 이곳은 백사장이 아니라 흑사장이라 불린다. 빅아일랜드의 남동쪽 해변에는 이런 검은 모래해변이 꽤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제일 유명한 이유는 바로 바다거북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많은 오후 시간대에는 바다거북이들이 일광욕을 즐기러 해변에 나오는 데 이것도 역시 복불복이다. 흐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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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검은 모래는 처음 본다. 만져보니 실제로 너무 곱고 부드럽다. 이미 돗자리를 펴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부분 바다거북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거 같다. 오늘은 아직 바다거북이가 육지로 나오지 않은 듯하다. 우린 거북이를 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감사한 풍경들을 선물로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바다거북이 가족이 육지로 천천히 기어 나와 일광욕을 시작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니 이런 선물을 또 받는다. 우린 바다거북이가 놀라지 않도록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한참을 조용히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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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도 하지 않으면서도 신기한 검은 모래와 바다거북이들을 보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욕심 같아서는 서부의 코나 코스트의 주요 관광지를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의 숙소로 향한다. 내일 호놀룰루로 다시 이동하기 때문에 공항 근처 숙소로 예약을 했다. 빅아일랜드는 숙소로 향하는 길도 선물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너무 감사한 하루다.

- 10편에서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의 하루는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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