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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나를 칭찬하며

by 자유 창조

오늘 저녁, 동네를 한 바퀴 천천히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며 살아온 내 인생, 참 괜찮았구나.’

나는 약속 시간에 늦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늘 미리 도착하는 쪽이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보다 일찍 나와 운동장 한쪽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보곤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회의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해 커피를 한 잔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곤 했다.

그저 습관처럼 지켜온 일이었는데, 오늘 산책길에 발걸음을 맞춰 걷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참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야. 그래서 난 믿음이 가.”

스스로에게 한 말에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그렇구나, 누군가에겐 나의 ‘시간 약속을 지키는 태도’가 ‘신뢰’로 다가갈 수 있었겠구나.

돌아보면, 시간 약속을 지키는 건 단순히 시계 앞에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는 너를 기다리게 하지 않겠어’라는 작은 배려였다.

그런 자세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내도 그런 사람이었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언제나 여유 있게 나서는 그녀를 보며, 우리는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자연스레 그런 모습을 따라 배워간다.

‘우리 아빠는 약속을 안 어겨.’

어느 날 아이가 자랑스럽게 한 그 한마디에,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뿌듯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나 자신을 칭찬해 본 적 없었는데

오늘 저녁,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나를 토닥였다.

‘시간을 잘 지켜온 너,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 꾸준함, 그 배려… 누군가에게 큰 믿음이었을 거야.’

때론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태도 하나가

내 삶의 중심을 만들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한 사람으로 남는 것 같다.

오늘은 그런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정말 잘 살아오고 있다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자고.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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