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애타는 마음과 작은 죄책감

by 김유진

산불에 대해 글을 쓰는 게 맞는가 싶지만 떠오른 생각과 마음들을 정리하여 기록해 두어야겠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 아마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고 사상자와 부상자가 발생 중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남 하동. 현재 화재의 규모가 큰 산청군 시천면과 가까운 지역이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휴대폰에서 대피 안내 재난 문자가 무겁게 울리고 주변 지인들과 가족, 사무실 식구들과 산불 현황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공유하며 제발 더 큰 산불로 번지지 않기를, 어서 비가 내리기를 매일매일 바랐다.



지난달 하동 고전면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산불이 났었는데 사무실에서 확연히 그 연기가 보일 정도로 화재가 일어나 사무실에 있던 나와 동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헬기가 언제 오는지 산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예의주시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카톡과 문자를 보내고 그 근처 조심하기를, 가까이 가지 않기를, 인명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섬진강에서 물을 퍼 오는지 헬기 몇 대가 왕복하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안심했고 다행히 더 큰 산불로 번지지 않고 진화가 되었다. 천만다행이다 생각과 동시에 불이 시작된 그 집의 주인은 벌금을 얼마나 내게 될까,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주인이 몸이 불편하고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들었는데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날 멀리서 보았던 산불의 연기는 어떤 CG효과처럼 부드러운 흐름과 동시에 거친 모양새로 엄청난 기세였다.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데도 비현실적이라 느낀 순간이었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그리고 3월 지금 또 산불에 사로잡힌 이곳.


근무를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와 상황들로 유쾌하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산불 실시간을 검색하고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뉴스 속보를 새로고침하며 늘어나는 사상자 수를 확인하고 화염 속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차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애가 탔다. 마음 같아선 그 근처 가서 소화기라도 뿌리고 대피 장소에 있는 분들을 돕고 싶다. 공무원들과 주변 공무직 직원들이 진화 작업을 새벽부터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죄책감이 피었다. 이게 어떤 종류의 죄책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 마음을 품고 작지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기부금을 보탰다. 나 혼자만 하는 건 부족해서 옆자리 동료에게도 권했다. "우리 기부라도 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필사적인 그 현장에, 그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라면서.



산청군 시천면 옆은 하동군 옥종면과 진주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산청과 하동은 지리산 자락이 뻗어 있는 곳이다. 지리산은 산세가 험하고 그 위엄이 커서 산불이 시작되면 진화 작업이 무척, 무척 힘들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으로 산불이 뻗었다는 속보를 보면서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일이 벌어지는구나. 정말 큰일이 벌어진다.'라고 생각하면서. 전국에서 발생한 모든 산불이 그 정도가 심각하지만 지리산으로 산불이 뻗어가는 건 정말 일이 벌어지는 것이기에 제발 비가 내리기를, 불이 잡히기를 더더욱 간절히 바랐다. 지난해 11월 삼신봉과 천왕봉을 오르며 느꼈던 지리산의 위엄을 떠올리며 나는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계속 빈다.




오늘 새벽 운동을 가면서 바닥과 차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고 늦은 오후에나 있던 비소식이 이른 새벽부터 있었구나! 얼마나 반갑던지. 분무기 뿌린 것처럼 옅은 비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얼마나 기쁘던지. 그와 동시에 짙은 안개에 진화 작업이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를 확인하고 또 산불 실시간을 이곳저곳 검색했다. 제발 불길이 잡히기를. 특히 인명 피해가 심각한 경북지역의 산불과 전국의 모든 피해 지역에 제발 희망이 피어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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