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 여기 있어,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줘"라는 작은 몸부림

by 느린 위로


[그림 = 안충기 기자·화가]


'자발적 글쓰기'에 관한 첫 기억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자발적 글쓰기란, 방학 숙제로 써야만 했던 일기나 독후감 같은 '의무적 글쓰기'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쓰고 싶어서 글을 썼던 경험을 의미한다. 그때 내가 쓴 것은 주로 연애 소설이었다(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초딩이!). 한번은 친구들과 내가 쓴 소설을 돌려 보다 선생님께 걸린 적도 있다. 선생님은 교실 앞에서 전체 학우들이 들을 수 있도록 내가 쓴 소설을 낭독하라는 벌(?)을 내렸다. 이 같은 부끄러운 경험을 지나, 고등학교 때는 싸이월드 - 대학교 때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 지금은 브런치에 이르기까지 나는 꾸준히 글을 써왔다.


브런치 기준으로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많다. 먼저 글쓰기를 시작하는 시간이 늦은 밤이다. 잠들기 전 2시간 동안 글의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는 글감들을 고르고, 글을 써 내려간다. 대충 틀이 잡혔다 싶으면 잠을 청한다. 글을 묵히는 것이다. 밤에 쓴 글과 아침에 쓴 글은 그 결이 다르다. 다음 날 아침에는 엊저녁에 써둔 글이 너무 감성적이진 않은지, 구구절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본다. 그리고 또 2시간을 들여 글을 완성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을 발행하기 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또, 문장 간의 흐름은 매끄러운지, 문단 간의 간격은 적절한지 등 실제 글을 마주하게 될 독자를 배려하며 최대한 맛깔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라면 서술된 내용이 정확한지도 점검한다. 이렇게 공들여 탄생한 글이 아무쪼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글은 많은 조회 수와 댓글이 달리고, 어떤 글은 그렇지 못하다. 조회 수와 댓글에만 연연했다면 나는 글을 계속 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애쓴 시간만큼 성과가 돌아오는 일도 아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까지 때로 운동이나 공부할 시간을 줄여야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씩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글을 쓰기 전 간단히 정리해본 결과, 크게 3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생각의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어떤 주제나 내용으로 쓸지를 정하는 편이다.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글이 술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미리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글로 남길만한 생각을 골라야 한다.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쓴다고 하면, 그 글을 쓰기 전 주어진 6일 동안 어떤 글을 쓸지 지속해서 생각한다. 이때 일상을 되돌아보고, 내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등을 성찰할 수 있다. 전달하려는 내용을 읽기 좋게 정돈된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한다.


두 번째로 '자존감의 상승'이다. 글을 발행하면, 그 수가 얼마가 되었던 그 글을 보는 독자가 생긴다. 아무런 독자가 없다고 해도 나 자신이 독자가 되어 글을 향유한다. 썼던 글을 다시 읽으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든 예술가들이 자신이 완성한 작품을 바라보며 흐뭇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그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남들 눈에 비친 내가 아니라, 날 것의 나를 온전히 마주하며 '나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긍정적 자존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자체의 재미'다. 글쓰기는 표현의 욕구를 채워준다. 내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 혹은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기표현이 가능하다. 그림, 음악, 영화, 사진 등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나 자신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표현 방식이 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소통의 욕구도 충족시켜준다. 글을 쓰는 과정은 때로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나 여기 있어,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줘"라는 작은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나는 주로 내 감정과 생각을 담은 수필류의 글을 쓴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내 생각에 공감하거나, 내 경험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란다. 그 크기가 얼마가 됐든,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고 적었지만, 실은 글을 쓰며 스스로 위로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살아온 날들을 차분히 정리하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때로 반성하고, 때로 칭찬한다. 다음에는 더 잘하자고, 오늘은 참 열심히 살았다고, 나를 토닥인다. 그렇게 또 하루를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내게 글쓰기는 꼭 필요한 신경안정제다. 계속해서 쓰고, 고치고, 또 쓴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내 글들을 모은 책이 나오게 될지. 무엇보다 - 오늘도 여기까지, 내 글을 읽어주신 당신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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