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글쓰기 : 정수기
정수기로 시작해서 관계로 끝나다.
고전이 답했다에 나온 대로 10분 글쓰기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소재로는 정수기다. 가장 글쓰기 어려워 보여서 정수기로 선택했는데 보자마자 정수기에 관련된 일이 생각났다.
처음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썼던 건 내가 영업하던 시절이었다. 코웨이 영업하시는 분을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서로 윈윈하는 개념으로 같이 동시에 계약을 했었다.
나는 정수기를, 그분은 아이의 학습 패드를 계약했었다. 흥미로운 계약이었다. 각자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기왕 하는 거 서로가 윈윈할 수 있게 원하는 부분까지 합의하고 들어가기.
1년 반 영업하면서 윈윈 계약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으나 꽤 나쁘지 않았고 그렇게 윈윈 계약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본 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만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은데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원하는 것이 꼭 물질이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나서 즐겁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그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세상 모든 만사는 다 그렇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다 내가 원해서 있는 것이라고.
마치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고 그 사람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마음에서 결국 내가 원하는 거라고.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 내가 나쁜 남자를 만났을 때 딱 그랬다.
그 남자 때문에 너무나 마음이 힘든데 너무 아프고 아리고 속상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랑 헤어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마음이 전부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나쁜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가 90이지만 내가 그 남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치명적인 10이 있어서 내가 그 남자를 계속 못 떠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사람이라는 게 매일 매번 90의 고통을 가져다 주진 않으니까. 90이 지옥이어도 10만 나에게 빛을 보여주면 그 10의 빛을 희망 삼아 그와의 관계를 지속했던 것이 나의 마음이었다.
어떤 책 속에 그런 문장이 있었다. 모든 것은 나를 통해서 온다. 나쁜 것이 내 눈에 띄는 것도 내 안에 있기 때문이고 좋은 것이 내 눈에 띄는 것도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고로 나에게 포착되는 모든 것은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바로 내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 때 무엇보다 내 안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서 무언을 갈망하고 있고 그 사람이 나의 결핍 중 어떤 것을 채워주고 있는지.
그걸 찾아낼 수 있으면 비로소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신기하다. 정수기으로 시작했는데 왜 관계 이야기로 끝이 나는가. 특히 소설을 쓸 때 이 방법을 써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명환 작가님이 올해의 작가 상을 수상하셨다는데 정말 축하드리고 작가님도 이런 방법으로 쓰셨고, 더 나아가 올해의 작가 상도 받을 수 있게 해준 기법이라고 하니 나도 연습을 해본다.
그리고 이건 프리 라이팅 기법이라고 하는데 작법서 여기저기 많이 나온다. 이제서야 직접 실행하는 거 보니 나도 지금 이걸 원한다는 마음이 잔뜩 들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저번에 애정하는 이웃님이신 올리브쌤의 글에서 강제 글쓰기 알려주셨는데 참 궁금하다. 그것도 한 번 연습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