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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엄마

10분 글쓰기 : 바람

by 은은한 온도


* 아랫부분에 적힌 글은 10분 글쓰기 동안 써 내려간 글의 전문입니다. 내용은 수정하지 않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의 결만 읽기 좋게 수정하였습니다.



이번 주제는 <바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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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바람에 나부끼는 가림막이 있다. 문득 얼마 전 필사방에서 소소라님이 필사를 하고 남겨주신 말이 기억이 났다.



바람에 대한 묘사를 지대하게 써 놓은 거였는데 그 묘사를 보며 감탄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람은 형체가 없어서 어떤 사물에 빗대어야만 표현될 수 있음이 참 슬프게 느껴졌다.



바람은 볼 수 없어서 그 존재를 소리로 들을 수 있고, 그 소리도 커야만 가능하다.



바람은 무언가에 의하여 흔들릴 때 자기의 존재가 드러난다.

바람은 계속 움직여야만 바람이 된다.

바람이 그대로 있으면 바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색이 있지도 향기가 있지도 않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느끼는 것으로만 알 수 있다. 그게 바람이라고.



나는 유난히 바람맞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세차게 바람이 불어서 머리가 다 날아가고 옷이 펄럭대고 뒤집히면 그렇게 웃음이 난다.



그래서 바람을 좋아한다. 날 웃게 해줘서.



문득 바람의 존재는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나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는 내가 움직임으로서 아이를 아이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존재.



바람은 엄마.

엄마는 바람.

바람 같은 엄마.



그래서 바람은 마냥 슬프기만 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바람이 형체가 없더라고도 딱히 괴롭진 않겠구나.



흔들리는 꽃향기를 가장 먼저 맡고

그들 대신 씨앗들을 날려보내주니까.

바람이 흔들리는 덕에 구름 속 물방울들을 만나 비도 내리고 해주고,

바람이 한여름의 땀을 식혀주며

바람이 꽉 막힌 집에 숨을 불어넣어 주니까.



바람이 너무 존재감을 많이 드러내면 사달이 난다. 태풍처럼. 그래서 바람도 적당해야 한다.



꼭 앞에서 강하게 자기주장을 해야만 그 가치가 빛나는 건 아니다.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아마도 나는 이제 그런 것들이 눈에 더 보이는 가 보다.



바람은 엄마라고 했듯이 나도 이제 누군가의 엄마라서 그럴까. 바람의 나부낌으로 펄럭대는 우리 집 고래가 오늘 따라 더 신나 보여 기쁘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바람 같은 귀한 존재이기를.






바람같은 귀한 존재이길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위이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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