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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하는 냉장고, 그리고 우리 남편

10분 글쓰기 : 냉장

by 은은한 온도


*아랫부분에 적힌 글은 10분 글쓰기 동안 써 내려간 글의 전문입니다. 내용은 수정하지 않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의 결만 읽기 좋게 수정하였습니다.



10분 글쓰기 주제는"냉장고" 입니다.








오늘은 냉장고를 주제로 10분 글쓰기를 해본다. 눈앞에 커다란 냉장고가 딱 들어왔다.



냉장고 옆면에는 우리 가족의 사진이나 구름이 편지 등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달님이 수집해 온 자석도 가득하다. 냉장고 앞면에는 햇살이 어린이집 월간 일정과 확인해야 할 문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냉장고는 우리 집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친구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다못해 밥솥도 매일 일하지는 않는데, 냉장고는 24시간 쉬지 않고 실시간 일을 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는 참 힘들겠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힘들까.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니.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에서 우리 남편, 달님이 떠올랐다. 12월은 달님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던 달이다. 부산으로 내내 출장 가있다가 잠시 집 쪽으로 올라왔는데, 그마저도 너무 바빠서 얼굴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야간까지 일을 했고, 우리가 모두 잠든 시간에 들어왔다가, 우리가 자고 있을 때 다시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채워서 일을 했다. 몸은 힘들고 축났겠지만, 확실히.... 돈은 많이 벌었다.



어느 날 내가 영어숙제하느라 늦게까지 깨있던 날이 있었다. 퇴근 한 달님과 마주쳐서 오랜만에 도란도란 대화한 적이 있다.



이렇게 못 쉬어서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오히려 쉬면 병날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 일이 공사가 있고 없고를 자신이 선택할 수가 없으니 일이 있을 때 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맞다. 일이 있을 땐 일이 많아서 힘들고, 일이 없을 땐 일이 없어서 괴롭다.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이야기. 비가 오면 집신 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쬐면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그렇게 걱정만 하다가 병이 났는데, 의사는 반대로 생각하라고 했다.



비 오면 우산장수 아들 장사 잘 돼서 좋구나, 해가 쬐면 짚신 장수 아들 장사 잘 돼서 좋구나.



나도 이렇게 생각을 해봐야겠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니 이번 기회에 많이 벌어서 좋구나. 쉴 땐 쉬면서 몸을 회복하고 가족과 함께 있어서 좋구나.



그러려면 지금 이렇게 바짝 번 돈을 잘 저축해 두어야겠다.



열심히 일한 달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가족들 보고 싶을 때 보라고 거실에 홈캠을 설치해 놨다. 달님의 그리움이 이렇게나마 해소되길 바라본다.



아, 이렇게 생각하자 냉장고의 노고 또한 갑자기 걱정에서 감사로 바뀐다. 고마워 냉장고. 네 덕분에 우리가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우리 가족이 든든하게 밥을 먹을 수가 있다.



물론 쉬면서 일을 해야 함이 맞지만 때로는 이렇게 몰입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이렇게 몰두하는 이 시간이 미래의 달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이로운 시간이기를 기약하며 오늘의 10분 글쓰기를 마쳐본다.






매일 쉬지 않고 일하는 모든 존재들을 위하여

오늘도 은은하게 :)



10분 글쓰기 냉장고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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