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회초리를 들다

by 은은한 온도

어제 회초리를 들었다. 구름이 종아리를 5대 때렸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구름이는 이제 제법 친구를 찾는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M 친구와 전화 통화도 하고 학교 끝나면 M 친구 교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하교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둘이 서로 너무 놀고 싶어 하다 보니 자꾸만 엄마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분명 오늘은 놀지 못한다고 했는데 자기들끼리 막 뛰어서 M 친구 집에 도착해 있기도 하고, 우리 집에 와서 이미 목욕을 하고 있기도 했다.



아무리 불러도 엄마들의 말은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 뛰어간다. 더불어 노느라고 해야 할 숙제나 과제들을 차일피일 미루는 날들이 이어지자 나와 J 동생은 결단을 내렸다. 혼을 내보기도 했고, 2주간 서로의 집에 가지 못하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어제는 그렇게 떨어져 지내던 둘이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놀이터에서 회포를 풀게 했고 4시 30분에는 헤어지자고 미리 고지를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4시 15분쯤 갑자기 아이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구름이가 내 전화를 거절하는 게 아닌가. 위치 추적 앱을 열었다. 이미 놀이터를 벗어나 옆 단지에서 아이콘이 깜빡이고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또 받지 않았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이구름의 휴대폰 전원이 꺼졌습니다. 동시에 M 친구의 휴대폰 전원도 꺼졌다는 메시지 또한 날아왔다.



J 동생과 나는 굉장히 화가 났다. 휴대폰을 아예 끄다니! 이렇게 연락이 두절되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임과 동시에 엄마들을 속이는 행위였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회초리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새겨졌다.



실제로 구름이는 이렇게 위험하게 혼자 돌아다니는 전적이 아주 많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6살 때부터 9살까지 틈틈이 이런 위험한 행동을 했었다.



우선 J 동생과 흩어져 애들을 찾았다. 혹시 몰라 우리 집으로 왔더니 애들이 안방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 왔다는 것을 알렸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비상 대책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들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파악이 안 되어 보였다.



J 동생을 우리 집으로 불러 각자 방으로 애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구름아, 지금 얼마나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알아? 엄마가 지금까지 너한테 매 든 적 있어? 없어? 없지! 오늘은 엄마가 매를 때릴 거야. 엄마가 매를 들 정도로 지금 너 엄청 잘못했어. 종아리 걷어"



우선 정신이 번쩍 들도록 세게 회초리를 때렸다.



찰싹.



그전까지 어안이 벙벙하던 구름이는 한 대를 맞자마자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고작 한 대 때렸을 뿐인데 벌써 종아리에는 자국이 선명했다. 구름이는 이를 꽉 물고 바지춤을 잡고 버텼다.



찰싹.

찰싹.



세대까지 때리고 나자 이번에는 내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꾹 참았다. 종아리에 새겨진 선명한 자국을 보자 마음이 약해져 나머지 두 대는 강도를 훨씬 줄여 마무리했다.



문득 어릴 적에 엄마에게 손바닥을 맞았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때리면서도 속상한 마음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구름이를 돌려 앉힌 뒤,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설명했다.



어딘가 이동할 때는 항상 목적지를 밝히고 움직일 것.

엄마와 상의 없이 마음대로 혼자 돌아다니지 않을 것.

핸드폰은 절대 꺼두지 않을 것.

엄마 몰래 행동하지 않을 것.

엄마를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을 것.

놀기 전에 숙제 먼저 끝낼 것.

당분간 M 친구는 만나지 않을 것.



대화를 마친 뒤, 반성문을 쓰게 했다. 구름이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반성문을 보며 다시 한번 대화를 했다. 다행히 달님이 구름이에게 회초리를 든 엄마 마음도 속상하다고 나 대신 마음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구름이를 안아주었다.



절뚝거리면 걷는 구름이에게 얼음찜질을 해주고, 약을 발라줬다. 잘 때쯤 되자 그래도 빨리 가라앉아 흔적이 처음보다는 옅어졌다.



자기 직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리고 말했다. 앞으로도 엄마를 속이거나, 거짓말하거나, 몰래 하면 그때 또 회초리를 들겠노라고.



더불어 만약 햇살이가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 넌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무척 걱정이 될 것 같다고 답변을 했고, 오늘 엄마 심정이 그랬다고 얘기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매를 아예 들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생각이 바뀌었다.



위험하거나 정말 나쁜 행동을 할 때는 매를 들어서라도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



돌이켜보면 나도 엄마에게 손바닥을 맞으면서 컸다. 특히 거짓말을 하거나 엄마를 속였을 때가 그랬다. 잘못을 했을 때는 그 잘못에 적법한 벌도 존재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다. 하지만 모르겠다. 과연 이 훈육이 구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바라는 것은 하나다. 다시는 연락이 끊긴 채 아이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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