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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Dec 27. 2022

내가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고른다.

인생이 타이밍이듯  타이밍이다. 내가 어떤 상황과 어떤 순간에 처해있는 지 혹은 어떤 사유속에서 책을 읽는지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다가오는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오늘 새벽 나는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이라는 책을 끝마쳤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시점은 2년 반 전쯤 직장에서 였다. 일주일에 한 번 오전 미팅시간에 다같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책을 읽고 느낀점을 공유했었다. 그 때 처음 이 책을 읽었었고 그 당시에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책은 한참동안 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나의 책장 한 켠 어딘가에서 자리를 차지 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에 나는 <더 해빙>을 다시 꺼내 읽었다. '없음' 보다 '있음'의 렌즈를 내 무의식에 입력시키려 실천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해빙의 삶을 실천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자기를 읽으라는듯 그 책만 또렷히 보였다. 나는 홀린듯 <시작의 기술>을 꺼내 다시금 샅샅이 읽었다.


다시 읽은 이 책은 지금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을 강화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당신이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느낄 때 조차 거기에는 그 선택을 몰아가는 일련의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P.195 <시작의 기술>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럴 때보면 내가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고르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속에서 최근 찝찝했던 마음의 출처를 찾아냈다.


당신 삶에서 김빠지고 뭔가 억눌린 감정을 느낀 곳이라면, 어디든 기대가 숨어있다. (중략)  
결혼생활에 화가 난다면 결혼생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당신의 기대와 실제 결혼생활 사이의 큰 격차가 보일것이다. (중략)
인생을 기대에 끼워 맞추려 하면 커다란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인생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대단한 실망감이 든다. (중략)
실패한 연애나 직장에 대한 불만, 중단한 다이어트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역시나 기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던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최근 등 긁어주는 남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쓰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갔고 내 글중 짧은시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구나 생각했다. 


화의 출처를 찾고자 쓴 글이었고 글을 쓴 이후 내 마음이 좀 달래진 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신랑은 여전히 등을 긁어달라고 하고 있고 나는 여전히 화가 났다가 나를 다시 내려놓다가 하는 일을 반복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신랑이 내 글을 읽었으니
나에게 등 긁어달라는 말을 좀 줄여주기를 기대했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내가 화가났던 이유.
신랑에게 기대를 품어서였다.  



또 최근엄마랑 언쟁을 했다. 그날 바로 화해를 하고 풀기는 했지만 엄마에게 서운했던 그 상황을 돌아보니 역시 기대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가 밖에 있던 약속을 빨리 정리하고
집으로 와주길 바랬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했었다.
 엄마의 사생활이었으므로.
하지만 말하지 못한 서운함은
금새 나를 물들였고
다른것으로 꼬투리를 잡아
결국에는 더 안좋은 방식으로
엄마에게 쏘아붙이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돌이켜 보니 나는 늘 기대를 하는 사람이었다. 출근을 할 때마다 '제발 내 책상이 깨끗하게 해주세요' 라고 주문을 걸고 들어다. 하지만 내 책상은 언제나 지저분다. 그럼 또 나는 실망감과 허무함에.. '아..역시' 라는 다운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신랑에게 등 긁어달라는 말을 들을 때도,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때도. 모두 나의 기대때문이었다.


이 책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해답을 찾았다. 처음에는 무의식에 관한 부분들로 감탄했다면 마지막 챕터에선 마음의 물음표가 해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오늘 나는 생각했다. 기대를 내려놓아 보자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자고. 무엇보다 편안해질 내 마음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분명 나는 이 책을 읽었었지만, 이 내용들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읽는 기분이었다. 이럴때마다 느낀다. 책이 내 안에 들어오는 것도 타이밍이 있. 그리고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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