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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Dec 12. 2023

모유 수유를 할지, 분유 수유를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개인적으로 완모(완전 모유 수유)를 했다는 엄마들을 만나면 감탄부터 나온다.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라며 엄지를 치켜들게 된다. 그만큼 완모는 정말 쉽지 않은데  분유 없던 조선시대에는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웠던 건지 새삼 옛날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첫째 때는 육아 대혼란과 산후우울증, 수유 시 근육 트위스트 등에 시달리며 꾸역꾸역 100일 정도를 채워 모유 수유를 하고 분유로 갈아탔었다. 그때는 뭔가 나도 모르게 '모유 수유를 해야 해!!'라는 강박에도 사로잡혀 있었고 또 왠지 그게 엄마가 해야 하는 마땅한 의무(?)처럼 여겨져서 압박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마음은 한결 편해졌지만 역시나 모유 수유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고민스럽다.



첫째랑 똑같이 100일 정도까지 해야 할지,

(둘째가 생기니 첫째가 했던 것은 꼭 똑같이 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초유는 다 먹였으니 지금이라도 그만할지,

(아무래도 첫째가 있으니 둘째에게만 매여있기가 쉽지 않다.)



아니면 이번에는 반년 이상 먹여볼지

(면역력에 좋으니까 기왕이면 먹일 수 있는 시기에 왕창 먹이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당최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이리 고민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고민이 든다. 아무래도 모유와 분유의 뚜렷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어떤 때는 확 분유로 갈아타고 싶다가도 아니야~ 모유를 좀 더 먹여보자 싶기도 하다. 둘째맘인 육아 경력자인데도 매일매일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결정을 내려보고자 정리를 좀 해봤다.





출처 pinterest @Wattpad


<모유 수유의 장점>

1. 밤에 눕수(누워서 수유) 가능.
2. 설거지를 안 해도 됨.
3. 비용이 절감됨.
4. 외출 시 짐이 없음.
5. 수유 중 꽤 손이 자유로움.
6. 아이 면역력에 좋다고 함. (분유통에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식품이라고 쓰여있음.)


개인적으로 1번과 3번, 6번이 가장 놓치기 싫은 포인트다.



* 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수면욕이 가장 강한데 지금처럼 쪽잠을 자야 하는 시기에 몸을 일으키지 않고 드러누워 아이에게 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진짜 진짜 피곤해서 눈도 떠지지 않을 때는 내가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매일 누워서 생각한다. '눕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 3번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포인트다. 남편은 급여노동자이고 내 육아휴직 급여도 원래 나오는 급여에 거의 절반가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다. 내가 먹이고자 하는 분유는 800g(1통)에 22,000원 정도라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이것도 아예 완분을 하게 되면 정말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한 달로 따지면 만만치 않다.



예전에 첫째는 장염 때문에 특수분유를 먹였었는데 그건 1통에 400g이고 가격은 2만 원대라 돈이 더 많이 들었었다. 둘째라고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염두를 하게 된다.



분유에 기저귀 그리고 6개월 정도부터 시작될 이유식까지 생각한다면 정확한 데이터는 지금 없지만 넉넉히 월 25~30만 원은 잡아야 한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시점에 모유 수유를 한다면 다달이 분유값 월 10만 원 정도는 아끼는 셈이 된다.  



*이건 모유의 가장 근간에 해당되는 부분인 것 같은데, 아기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모유가 가장 좋다고 한다. 버젓이 분유통에도 적혀있다.



둘째 출산 후 조리원에서 오케타니 선생님이 직접 강의를 해주셨는데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 초유를 한 방울이라고 괜찮으니 꼭 받아서 섞여서 먹인다고 한다. 초유에는 아이 건강에 좋은 성분이 농축되어 있고 모유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을 들은 엄마의 마음이 요동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다.



사실 모유 수유를 하면 출산 직후 산모에게도 좋다. 산욕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피고임 없이 오로 배출이 잘 되고 자궁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일이다.



둘째 때 직접 겪어보니 유축이나 마사지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직수(직접모유수유)가 최고였다. 유축이나 마사지가 10점 만점에 2~3점이라면 직수는 8~9점 정도였다. 열심히 젖을 물린 편이었는데 아이가 빨았다 하면 훗배앓이가 확 돌고 오로가 쫙쫙 나왔다. 그 덕분에 아이 탄생 후 10일쯤 뒤에 초음파 했을 때 담당 과장님으로부터 완벽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건 그냥 나의 추측인데 나는 첫째 때 면역에 좋다는 자연분만+모유 수유를 다 한 케이스이다. 실제로 우리 딸은 꽤 건강한 편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이 걸렸던 코로나도 걸린 적이 없다. 심하게 아파서 응급실을 갔었다거나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도 여태껏 생긴 적이 없다. 



이 모든 게 100%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 때문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영향이 아예 없진 않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확천금이 있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비유가 좀 거창하긴 하지만 그만큼 아이 건강에 모유가 좋은 건 확실한 것 같아 줄 수 있을 때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출처 pinterest @Daily Mom


그렇다면 분유 수유는 어떨까?


<분유 수유의 장점>

1. 꼭 내가 아니어도 됨. (다른 사람이 수유 가능.)
2. 먹는 양 체크가 정확함.
3. 수유시간이 모유에 비해 적게 걸림. (모유는 양쪽 20~30분, 분유는 약 10분)
4. 옷 신경 안 써도 됨.
5. 모유에 비해 자세가 덜 틀어짐.
6. 맥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음.


이번에도 1번, 2번, 6번이 가장 놓치기 싫은 포인트이다.



* 분유 수유의 가장 강력한 장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1번인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먹일 수 있다는 것은 아이가 한 명일 때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처럼 아이가 둘인 시점에서는 더욱더 절실해진다.    



지금도 이미 오전에 내가 첫째 등원 준비를 시키고, 신랑은 둘째에게 분유를 먹이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첫째가 6살이기 때문에 혼자서 씻고, 입고,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침 준비와 유치원 가방도 챙기기, 머리 묶기 등 여전히 엄마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오전은 워낙 바쁘기 때문에 내가 진두지휘를 해야 비로소 유치원 버스 타임을 맞출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이 분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아무리 아이가 예뻐도 24시간 내리 함께 있다 보면 지칠 때가 많다. 나의 몸과 마음을 아기와 떨어뜨려 놓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 그다음, J인 데다가 정확한 걸 좋아하는 나는 모유를 먹일 때 아이가 잘 먹고 있는 건지 답답할 때가 있다. 검색해 보면 푹 젖은 기저귀가 하루에 7~8개면 잘 먹는 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좀 뭔가 해소가 안된다. 그런 의미로 젖병의 눈금으로 먹는 양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그런 면에서 분유는 참 속이 시원하다. 



*마지막으로 맥주. 이것도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뭐랄까? 나의 소확행이랄까? 아이를 재운 뒤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는 일이 나름 큰 행복인데 그걸 제약 없이 맘껏 할 수 있달까? 



물론 시간만 잘 지킨다면 모유 수유를 하면서도 술을 마실 수 있지만 애써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참 귀찮고 뭔가 억울하다. 임신 때도 내내 맥주를 참았는데 낳아서도 또 참아야 한다니! 소주를 들이붓자는 것도 아니고 맥주 한두 캔 정도 마시자는데 모유 수유를 하느라 그것도 편히 못 마신다니! 정말이지 가혹하다. 그냥 난 속 편히 맥주를 마시고 싶다.






적어놓고 나니 더욱더 팽팽하다. 모유 수유를 계속할지, 이제 분유로 갈아 탈지. 역시나 각각의 장점이 분명해서 어렵다. 지금은 꼭 필요한 순간에만 분유를 먹이는데 계속 이렇게 혼합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주변에는 1년 넘게 완모한 사람도 있고, 몸무게가 잘 안 늘어서 중기 이유식부터 분유로 갈아탄 사람, 내내 처음부터 완분(완전 분유 수유)한 사람, 둘째 때문에 원치 않게 분유로 갈아탄 사람도 있다.  즉, 사람마다 아이마다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이렇게 쓰고 이 글의 말미에 와보니 알겠다. 사실 각자의 장단점은 장단점이고 나는 그저 내가 분유로 갈아타고 싶은데 나 스스로에게 용인되는 적당한 명분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적당한 명분을 찾거나 계기가 있으면 아무래도 분유로 돌아설 것 같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이렇게 모유를 메인으로 먹이되 틈틈이 분유를 먹이는 혼합을 지속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모유 수유를 할지, 분유 수유를 할지 그것은 여전히 문제지만 어느 쪽이든 엄마가 행복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하는 건 분명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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