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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Nov 04. 2023

둘째를 낳으니 조리원은 진짜 천국이 되었다.

나는 지금 산후조리원에 있다. 도분만을 잡아놨는데 자궁수축이 와서 급하게 아이를 낳게 됐다. 그래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아이와 나 모두 건강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무래도 조리원에 있다 보니 첫째 때 조리원에서 우왕좌왕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는 출산도 너무 정신없었고 조리원에서의 생활도 감옥 같아서 조리원 천국이다라는 말을 잘 체감하지 못했었다. 교육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우울감이 밀려와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 



그에 반면 지금은 정당하게 주어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물론 둘째의 수유콜을 계속 받고, 자다가도 일어나 시간 맞춰 유축을 해야 하지만 그 외에 모든 일들을 간호사 선생님이 봐주시니까 거의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빨래 안 해도 되고, 밥 안 해도 되고, 설거지 안 해도 되고, 청소 안 해도 되고, 아이 옆에 전적으로 붙어서 보살피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나의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천국인가. 아이엄마로 근 5년간 살아오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신랑도 애도 없이 며칠만 혼자 있고 싶다]인데 그걸 원 없이 하는 중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조리원은 그때 천국이었 것 다. 다만 그때는 천국을 누릴 수 있는 정신상태 아니었을 뿐.

 


지금의 성교육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성교육 시간에 피임과 그저 임신이 떤 경로로 되는지 정도로만 던 것 같다. (정자와 난자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딱 그 정도의 성교육) 그러다 보니 임신생활, 출산, 육아 등 임신 이후에 겪게 될 과정 대해서는 정보도 었고 군다나 그로 인해 펼쳐지는 사람의 변화에 대해서 더더욱 알지 못했다.



입덧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임신으로 겪어야 하는 불편함과 몸의 변화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밖에 안 해봤지만 두  쉽지가 않았다. 또출산의 과정은 목숨을 내놓는 처절한 현장이으며, 출산 이후에 직면하는 수유라는 산은 나라는 사람의 존엄을 모조리 뒤흔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든 엄마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자고로 첫 출산이라 함은 여자에서 엄마로 변해가는 성장통을 호되게 치르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무지했던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모유수유외로움이었다.



아이니만큼 주변에 많은 관심을 받았었는데 특히 시댁과 조리원에서는 모유수유를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원래도 모유수유를 할 생각이었지만 마치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큰 죄라도 지은 양 요란했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옛날에 다 하던 것 치고 결코 쉽지 않았다. 젖몸살은 한 번쯤 거쳐가는 과정이었고, 수유 자세를 아이에게 맞추다 보니 몸이 점점 뒤틀렸다. 딱딱한 가슴은 옆으로 자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고, 가슴에서 생산되는 젖 양만큼 아이가 먹지 못하니 벽에도 일어나 유축을 해야 했다. 잠이 많은 나에게 2~3시간의 쪽잠은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였다.

    


무엇보다 나의 봉긋한 가슴 더 이상 여자의 가슴이 아니라 그저 아이의 식량창고가 되었구나 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고 있으면 모유가 발아래로 뚝뚝 흘러내렸나는 이런 변화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유수유의 불편함은 조리원에서 퇴소 이후에도 계속됐다. 수유실이 없는 식당에서 수유커버를 뒤집어쓴 채 나 혼자 젖가슴을 내놓고 아이를 먹이고 있노라면,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모유수유는 오로지 나만 아이에게 먹일 수 있기 때문에 참 외로웠다. 분명 신랑과 내가 함께 만든 아이인데 나 혼자만 삶이 송두리째 바뀐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야간일을 하는 신랑은 내가 수많은 밤동안 얼마나 아이와 고군분투했었는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체감하진 못했다. 호르몬의 영향도 분명 있었겠지만 지금 너무나 말짱한 걸 봐서는 비단 호르몬 탓 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출산 이후의 펼쳐질 나의 생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 놓아서 인지 정말 마음이 평화롭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도 그전처럼 괴롭지 않고, 모유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거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려도 그러려니 한다. 또 조리원 밖에서 첫째를 돌보고 있는 남편이 있으니 혼자가 아니라 비로소 한 팀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결국, 조리원을 감옥에서 천국으로 만드는 건 나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원하는 모든 여자들이 임신과 출산, 출산 직후, 육아 등 모든 과정들을 미리 알고 준비했으면 한다. 그래야 처음 엄마가 되는 그 순간이 조금이라도 덜 혼란스러울 테니까.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역시나 처음 겪은 애 둘 육아에 허둥대겠지만 그래도 천국에 있다 나왔으니 보다 넉넉해진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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