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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Oct 20. 2023

둘째는 노산이라 이렇게 힘든 거라고요?

이제 출산 예정일이 19일이 남았다. 37주가 된 지금은 아이가 언제 나와도 괜찮은 주수이기 때문에 요즘 하루하루 긴장하며 살고 있다.


둘째는 임신기간 동안 너무 힘들었어서 내내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랐었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분명 첫째 임신 때는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둘째는 왜 이리 힘들지?라는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1. 첫째를 낳을 때보다 무려 5살이나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2. 첫째랑 둘째는 수정된 세포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도 달라서일까? 당연히 케바케, 애바애니까?

3. 첫째 때는 아이가 없었지만 둘째 임신은 첫째가 있어서 컨디션 조절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솔직히, 1~3번이 다 해당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둘째 임신이 너무 힘들다 하면 주변에서 대부분 얘기하는 것이 '나이'였다. 우리 신랑 또한 "이제 당신 노산이잖아. 당연히 힘들지"라고 말을 했다.


나참. 내가 노산이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 지식백과 버젓이 쓰여있더라.



올해 딱 만 35세가 된 나는 고령임신=노산의 범주에 진입한 산모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이사때문에 산부인과에서 전원 서류를 받았었는데, 그곳에도 버젓이 내가 '노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제 100세 시대인데 여자의 가임기는 왜 멈춰있는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을 때 유퀴즈에서 노년내과 선생님이 출연하신 영상을 보게 되었다. 사람이 급진적으로 노화가 되는 나이가 있는데 바로 34세, 60세, 78세라고 하시더라.


아.. 어쩌면 노산의 기준이 의학적으로 정말 일리가 있는 말인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 노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주 슬픈 말씀이셨다.

 

나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노화가 급진적으로 되는 나이인 34세가 지나서 그런지 이번임신은 몸이 정말 힘들었다.


첫째 때는 입덧과 막달을 제외하고 자격증 시험공부를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마음도 되게 평화롭고 화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별로 들지 않아서 뭐랄까 나라는 사람이 되게 맑아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 둘째 임신은 뭔가 일이 많았다. 임신초기에 몸살에 걸려 고열이 났고 (첫째 때는 아픈 적이 없다.) 첫째 때는 약 없이 버틸 수 있었지만 둘째는 해진 비염으로 처방받은 비염약을 임신 후기까지 틈틈이 복용해야 했다. 철분수치가 현저히 낮아 (이 역시 첫째 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따로 처방받은 철분제를 복용하느라 변비 소화불량 더욱 심다. 또 특이하게 잇몸이 땡땡 붓는 임신성 치은염이 생겼는데 임신 중이라 치료도 받지 못하고 피나고 부은 채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또한 둘째는 배가 한번 늘어난 전적이 있기 때문에 배가 빨리 나온다고 하더라. 그 탓에 일찍부터 숨쉬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관절 마디마디가 쑤셨다. 이런 자세를 해도 아프고 저런 자세를 해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서도 아프고 특히나 밤이 되면 비염까지 보태져서 눕지도 앉지도 못하며 들지 못하는 날들이 아주 많았다. 허리와 어깨, 골반이 너무 아파서 중기부터 산전마사지를 따로 받으러 다닐 정도였다.



다행히 나는 노산이라 생길수 있는 임신중독증, 임신당뇨, 기형아, 조산, 전치태반 등등 이런 증상들이 없어서 그건 정말 행운이라 생각란다. 임신 중간에 여러 케이스들로 입원 하고 고생하는 산모들을 생각하면 나는 아주 건강한 임신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첫째를 임신했던 삼십대 초반보다 무려 5년이나 나이를 더 먹었으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마 아이가 태어나면 신생아 육아에 있어서도 더욱더 고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20대에 첫째와 둘째를 다 낳은 동생이 그렇게 말하더라. "내가 둘째 낳은 뒤에 첫째 데리고 그렇게 빨빨거리고 잘 다닐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젊어서였기 때문인 것 같아."

 


하하 그래서 이런 옛말이 있었나 보다.

 


기왕이면, 아이는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낳아라.




그런 의미로다가 노산이니 만큼 몸을 잘 회복하기 위해, 그 비싼 산후마사지도 끊었으니 어디 한 번 잘 받아서 이번 둘째도 잘 키워내 보련다.

   


더불어 나이는 비록 노산에 반열에 들었지만, 축복처럼 찾아온 아기를 지켜내고 키워내는 모든 고령산모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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