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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Oct 11. 2023

산후마사지로 168만 원을 결제하고 왔다.

모든 산후 조리원에는 소정의 마사지가 포함되어 있다. 일종의 맛보기 같은 개념인데, 맛을 보고 괜찮으면 메인을 결제하시오 라는 시스템이다. 어쩌면 산후조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사지라서 그런지 보통 추가로 결제 한다.


첫째 때도 그랬다. 다들 출산 후에 마사지가 꼭 필요하다고 하니 하는 것도 있었지만 진짜 마사지를 충분히 받아서인지 출산 후 집에 도착했을 때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살도 적당히 빠지고 도우미 없이 아이를 케어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래서 둘째 때는 조리원을 결정하면서부터 이미 마사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우리 조리원에 포함되어 있는 맛보기 마사지는

[산전 2회 + 산후 1회]

[산후 두피 서비스 1회]

[가슴 산전 1회+ 가슴 산후 1회] 이런 구성이었다.


뭐 나쁘지 않은 구성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산전보다 산후가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모유수유를 위해 필요한 가 들어가 있어서 나름 괜찮네라고 생각다.


보통 산전 마사지는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우리 조리원은 23주터 37주까지 가능했고 나는 첫 번째 산전 마사지를 33주에 예약을 했다. 사지 가기 며칠 전부터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리뷰들을 찾아서 읽고 또 읽었다. 대충 어느 정도 금액이고 어느 정도의 마사지 퀄리티인지 알아보던 도중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올해 6월부터 마사지 업체가 변경되었고, 업체가 바뀌면서 마사지 가격이 100만 이상 상향조정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 업체는 최고 마사지 금액이
150만 원 (10회) > 120만 원 (10회) > 97만 원 (8회) > 60만 원 (5회)이었다.

마사지 코스에 따른 시간은 회차 때마다 다양했다.

 

지금 업체 최고 마사지 금액은
296만 원 (8회) > 268만 원(8회) > 240만 원 (8회) > 210만 원 (7회) > 182만 원 (7회)이었다.

갑자기 금액이 오른탓인지 모두 20% 할인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금액이

236만 8천 원 > 214만 4천 원 > 192만 원 > 168만 원 > 145만 6천 원이었다.

시간은 비싼 코스일수록 더 길었다.


예전업체 최고 마사지 금액이 지금 업체 가장 저렴한 마사지 금액이 되 있었다. 물론 물가가 요즘 계속 오르고 있어서 조리원비용도 오른 마당에 마사지 어느 정도 금액이 올랐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인상폭은 상상하지 못했다.


화가 났다. 


조리원 밖에서 산후마사지를 받으면 10만 원이면 가능한조리원 안에서 받으면 회당 37만 원에 받게 되는 셈이었다. 할인을 해도 29만 6천 원이었다.


갑자기 '산후조리원을 안 가고 싶다'라는 생각과 '가더라도 기간을 줄여서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나는 다시금 첫째 때도 궁금했었던 '왜 우리나라는 산후조리를 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다..


미국 여성과 우리나라 여성의 골격계와 근육계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여성 곧 백인계 여성들의 골반은 넓고 둥글어 출산이 어렵지 않지만 한국 여성 곧 아시아계 여성들은 타원형이면서도 좁아 태아의 둥근 머리가 빠져나오는 것이 무척 어려워 출산 때 더 고생을 한다.

(중략)

또한 아시아계 여성들은 근육량이 적고 골격과 관절도 작기 때문에 근육 복원력이 약하니 그만큼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허허 동의보감 2 기통차게 살자] 도서 출처


때나 지금이나 알아본 바를 정리하면

서양여자 골반은 큰데 서양아기 머리는 작

동양여자 골반은 작은데 동양아기 머리는 크다.

즉, 작은 골반에서 큰 머리가 나오니까 동양여자들의 출산 서양여자보다 훨씬 더 고생을 한다.


우리나라에 산후조리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실제로 내 동생은 첫째를 출산할 때 피가 멈추지 않아 수혈까지 받으며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우리 가족은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고지까지 받았었다. 그때 알았다. 출산이라는 것은 엄마의 목숨을 내놓고 하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다행히 에게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나진 않았었지만 첫째 때 밖에서 찬바람을 맞고 '아.. 뼈에 바람이 든다는 게 이런 거구나. 큰일 나기 전에 얼른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하는 것을 절절히 느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랑에게 살짝 운을 띄었더니 극구 반대 했다. 신랑은 둘째를 낳으면 마지막이니 만큼 나의 몸회복이 가장 1번이라고 신신당부를 다.


더욱이 지금 둘째는 첫째 때와 다르게 너무 힘든 임신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힘들었나 싶을 정로 뼈부터 근육까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말로 몸이 망가지겠구나 싶은 두려움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렇다면, 산후조리원에 2주 머무는 것이 필수라는 이야기인데 예전과는 달리 산외출 금지였다. , 나가서 마사지를 받고 올 수도 없는 상황이란 뜻이었다. 마사지가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가장 골든타임인 출산 후 3주 안에 받아야 하는데 꼼짝없이 그곳에서 비싼 돈을 주고받느냐 아니면 아예 받지 않느냐라는 선택으로 귀결되었다.

 

다시 화가 났다.


내 선택지가 (골든타임 안에 2배 이상 비싼 돈 주고) 받을래 vs (골든타임 놓치고 몸 회복 더디게 하면서) 받지 않을래 딱 이 두 가지밖에 없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뭐랄까.. 내 몸을 가지고 꼼짝없이 업체에게 갑질을 당하는 기분이랄까.


심지어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을 때는 무언가 더 찝찝했다. 비싼 코스일수록 더 비싼 관리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리항목은 동일한데 비싼 코스일수록 각 항목의 시간만 더 길어지는 거라고 했다. 예를 들어 고주파 테라피가 있는데 그게 상위코스는 30분을 한다 그러면 하위코스는 15분을 하는 그런 개념이다.


더불어 요즘 출산을 하면 나라에서 [첫만남이용권]이라는 바우처포인트를 지급해 준다. 200만 원인데 산후조리원비 결제도 가능하고 기저귀나 분유등을 살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바우처다. 특히나 쿠팡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서 여러모로 유용한 템인데, 혹시 바우처로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안된다고 했다. 본사가 서울이라 주소지가 서울이면 가능한데 경기도는 안된다고 하시더라. 반문했다.

 

"이건 경기도에서 주는 바우처가 아니라 전국모든 출산산모들에게 주는 바우처인 왜 안되죠?"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본사에서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럼 할부되는 카드는 뭐가 있나요?"

"현대카드만 3개월로 가능해요"


......





그때 알았다. 여기서 총매니저로 계시는 분도 그냥 본사의 명령을 내려받는 직원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이분께 계속 얘기해 봤자 나는 진상산모가 될 뿐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진심으로 고민을 했다.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받으면 어떤 코스를 받을 것인가.

안 받으면 과연 내 몸은 어찌 되는 것일까.


결국 고민 끝에 두 번째로 저렴한 코스인 [168만 원] 짜리 마사지를 진행하기로 신랑과 합의를 봤다.   


그리고 다음 방문 때 나는 탈한 맘으로 168만 원을 일시불로 었다.


앞으로 출산을 하게 되입원비에 산후조리원비에 못다 산 물품까지 하면 이것저것 아무리 적어도 500만 원은 더 들 텐데 (나는 자연분만이라 적게 드는 편이다.) 문득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죽을고비를 겪은 내 동생은 첫째 때 아기 인큐베이터 비용까지 해서 거의 천만 원 가까이 들었다)




인터넷에 이런 게 있다.



요람부터 대학까지: 2019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

https://naver.me/FDm36mMO



내가 선택한 출산까지의 비용. 2019년버전이라 현 시점에서는 비용이 더 든다고 보아야 한다.



결혼을 하고 처음 임신을 했을 때는 몰랐다. 아이를 낳을 때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줄.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화가 났던 이유가 업체의 갑질 때문도 있지만 결국은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싶은 의문도 들었다.


물론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돈으서만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 없이 아이를 낳키우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으로 어떤 선택이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한 일일까 라는 생각 들고, 한 편으로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만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도 었다.


만약 출산비용, 출산 후 비용, 앞으로 대학까지의 모든 양육비용 등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고, 내가 신혼이었다면 과연 나는 아이를 갖자고 신랑한테 얘기할 수 있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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