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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05. 2016

스웨덴에서 만나는 새로운 나

한국을 떠난 철새의 스웨덴 정착 고군분투기

Prologue

    글을 쓰는 행위는 내 마음 속에 담긴, 아니면 어쩌면 '갇혀있는' 나의 진짜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다. 또 어쩌면 이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 갇혀있던 감정과 생각을 방출하고, 흘러보내버리는 길이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막연한 불안감, 즉 실체가 없는 모든 걱정들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조직되지 않은 정보들이 나의 영혼을 갉아 먹는 것 같다. 내가 정리해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나를 갉아먹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자판위에 두 손을 살포시 올렸다. 특히 생애 처음 오른 유학 생활의 시작점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성장/성숙기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물리적으로는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을지는 몰라도 같은 시간 속에서 삶을 살아가거나 공부나 일을 하는 동안 느끼는 점은 분명히 통하는 접점이 있을 것이다. 이 매거진을 통해 내가 '스웨덴'이라는 국가에서 '유학'을 하는 동안 깨닫거나 배운 점 또는 힘든 점을 공유하고 인간으로서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이 심적으로도 더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독립에 대한 고찰

독립

1)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2) 독자적으로 존재함

    

원더우먼까지 되길 바라진 않지만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겠지!


    '나는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인가?'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나의 대답은 '그래도 나는 꽤 독립적인 사람이지' 였다. 부모님께 최대한 의존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왔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 갈길을 선택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스웨덴에 도착한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남의 도움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의 독립심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할 수 밖에 없었다. 홀로서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무엇을 먹어야 할지, 필요한 것은 어디서 사야하는지, 저 사인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로운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다른 공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하나도 겁이 안나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러워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모습이 스스로가 낯설다. 한국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들이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1. 사람

    낯선 사람, 새로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것 같다. 2013년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리투아니아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기숙사에 도착한 첫날 복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까봐 두려워 발소리나 말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체크하고 후다닥 샤워를 하러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이번 우메오에서의 시작은 이만큼까지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부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 지, 어떤 말을 해야할 지 긴장했던 것은 사실이다. '마음을 열고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소박한 나의 바람이 너무 컸던 것일까. 열려있던 마음의 문이 사람의 겉모습이나 분위기에 주눅들어 '안녕!'이라는 간단한 인사도 못하게끔 내 입까지 닫아버렸었다. 다행히도 학교에서 '버디그룹'을 만들어 주었기에 몇몇 몰려다니는 친구들을 만났고 덕분에 혼자가 아니게 되었지만 한 1주일 동안은 그 친구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혼자가 되어버리면 너무 외롭고 두려울 것 같아서 항상 같이 몰려다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 조금씩 알아가고는 있지만 '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모습에 많이 좌절했었다. 의지할 수 있었던 존재가 있었음에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의지를 넘어 '의존'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닿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혼자 해볼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존재할텐데! 



2. 변화

    변화는 낯선 것들이 서서히 시간이 지나 익숙해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에 변화하고자 하는 다짐보다 시간의 흐름이 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의 흐름이 전제되기 전에 내 마음이 '준비'되는 것이 먼저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준비하는 것은 내가 시점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내 마음이 변화하고자 '준비'되는 것은 가장 먼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이를 '실천'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고자 했던가?

    생각해보면 다름을 머리로는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내 마음이 이 다름을 내면화시키지는 못했었다. 한국에서 줄곧 자라나 배워온 26여년 간의 생활/사고방식을 나도모르게 고수하고 있었고, 이를 버리고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해보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도착한지 2주도 안 된 시점에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 너무나도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생활 앞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일찍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건강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하며 식사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운동을 생활화하고, 하루에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향긋한 커피와 맛있는 쿠키를 즐기기도 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죄가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것들을 버리는 것이 두려웠고 어렵게 얻은 유학 기회인 만큼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렸기 때문이다. 변해야지 하는 다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걱정만 하기보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실천하고 그 순간을 충만하게 느끼다보면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되지않을까하며 스스로를 달래본다. 여기서의 생활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취해야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여기서 살아보고자 마음을 먹고 왔다면 이제는 조금씩 나의 갑옷을 벗겨내야할 때이다. 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용기가 '나'라는 용기에 가득차도록!

    하나도 어렵지 않았던 것이 없기에 무엇을 다 나열해야하나 고민해보지만, 가장 큰 고민은 이 두 가지였다. 나를 둘러싼 낯선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새로운 환경에 처한 나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 결국은 나 스스로 환경이든 새로운 자아든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용기가 없었던 것이 지난 10일 동안 나를 옭아매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마음과 생활이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기에 나의 마음도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통해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내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서두르기보다 내 페이스에 집중하고 조금씩 진일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너무 잘하려고 부담갖지 말자. 처음하는 유학생활 내 마음이 조금씩 강해지기를. 사실 무작정 좋을줄만 알았던 스웨덴에서의 생활은 내가 겁쟁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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