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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Sep 27. 2016

스웨덴에서 다시 보게 된 세계

스웨덴에서 새로이 깨닫게 된 관광의 의미

- 관광(觀光): 다른 지방이나 지역에 가서 그곳의 풍습, 문물, 풍경 따위를 구경함.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관광'의 정의는 위와 같다. 한자를 직역하면 '觀(볼 관)', '光(빛 광)'자를 써서 빛을 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빛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 UNWTO(세계관광기구)에 의하면 관광 행위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1일 이상 1년 이내, 내가 살고 있던 곳으로부터 어떠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정의가 우리가 합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정의가 절대적인 답일 필요는 없다. 또한 Excursion(24시간 이내에 특정 지역에서 쇼핑을 하거나 관광지를 방문하는 행위)과 Travel/Tour의 경계를 관광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Excursionist(짧은 경유 관광을 하는 관광객)를 일반적인 관광객들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기준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정의는 바뀌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관광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과연 '내가 생각하는 관광의 본질'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다룬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 내가 아직 가보지 않았거나 잘 알지 못했던 나라들의 사례들을 통해 곰곰이 나의 과거의 여행과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관광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었고, 내가 지닌 관광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편협했는지와 내가 알지 못하는 관광의 행태가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스웨덴에 오기 전/후 관광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했는지 나에 대한 사례 연구(Case study)를 해보고자 한다.



1. B.C 2016 나의 세계 지도(B.C: Before Coming to Sweden)

2016 기준, 나의 세계 여행 지도

2009 생애 첫 여권 발급

2010 첫 해외여행 -일본, 도쿄

2011 놀며 공부한 전공연수 - 미국, 올란도

2012 홀로 한 첫 여행 - 홍콩, 마카오/ 봉사활동- 베트남 / 홀로 여행자- 서유럽

2013 첫 해외 살이, 교환학생 - 리투아니아 / 유럽 일주(서유럽, 남부 유럽, 동유럽 그리고 북유럽 맛보기)

2014 짧은 한 달 NGO 프로젝트 - 독일, 베를린 / 그리고 도망친 영국

2015 방콕 in 한국

2016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그리고 지금 스웨덴


    2009년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첫 여권을 발급받았다. 어릴 적 해외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내가 거의 매년 해외를 나가게 된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가 큰 것과 더불어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변화가 수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양한 나라와 대륙을 방문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그려보고 나니 역시나 지구는 너무나도 넓고 아직 가볼 곳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가 시, 공간적인 한계를 지닌 인간이라 아~무~리 많이 경험하기 위해 노력해도 결국엔 그 경험 또한 제한적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여행을 통해 최대한 자신의 경험치를 넓혀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다닌 해외여행지는 크게 미국, 유럽 일대와 동(남)아시아로 제한된다. 관광 경험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동(남)아시아는 식도락 및 쇼핑이 위주였고, 유럽에서는 대부분 파리/런던/뮌헨 등 큰 도시를 위주로 자연물 및 박물관/갤러리/공원 등 공공재 경험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있어 첫째, 관광은 '소비'를 위한, '소비'에 의한, '소비'의 관광이었다. 길거리든 레스토랑이든 무언가를 사 먹음으로써 외식산업발전에기여를 했고, 아울렛과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며 패션산업 발전에 기여를 했다. 둘째로는 공공 문화 시설들을 통해 각 나라의 훌륭한 문화 자원과 공공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이 위주였다. 그리고 이런 경험 중에도 티켓 및 기념품을 위한 지출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때문에 내 머릿속의 관광에 대한 이미지는 다음과 같았다.

박물관, 식문화 체험, 유적/문화유산 방문, 쇼핑 위주였던 나의 여행들


    하지만 현재 내가 수강하고 있는 Tourism Introduction 코스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관광 형태를 소개해주었고, 이는 나의 지적 호기심과 경험의 욕구를 발동시켰다.



2. 스웨덴에서 새로운 빛을 보다.

(좌)우메오, 스웨덴 / (우 하단)서울

    스웨덴에서 새로운 빛을 볼 수 있게 된 계기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 학교 커리큘럼의 특성 그리고 교수님의 영향이 크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우메오는 스웨덴 내에서도 굉장히 북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 그리고 한 겨울에는 오후 2시만 되면 어두컴컴해지며 오로라가 잘 보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메오를 조금 더 벗어나면 북부 지역의 특성상 자연환경, 야생 동물, 그리고 북쪽에 사는 소수민족인 Sami들의 문화 및 생활터전도 잘 보존되어있다. 이 외에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대부분 사람들이 주말 또는 여름, 겨울 휴가를 보내는 별장(Second home)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어 Second home 관광도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지난 주말 방문한 Umeå 근처의 Kont에도 바닷가 근처에 스웨덴 사람들의 별장과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장작이 갖춰져 있었다.  이런 지역적 특성과 더불어 내가 몸담고 있는 관광학 석사 과정은 경영학적인 관점보다 지리학적인 관점에 더 집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 코스를 이끄는 Doris 교수님의 다양한 연구 배경이 내가 지금껏 지녀온 관광에 대한 관점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그녀는 오스트라아 태생으로 학/석/박사를 호주에서 마치고 캐나다 및 스웨덴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내가 재학 중인 Umeå(우메오) 대학 지리학부 관광과 소속의 정식 연구원으로 계신다. 수업시간마다 자신이 연구했던 주제와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는 덕분에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호주, 북미 지역의 다양한 관광 행태와 연구 주제들을 엿볼 수 있었다. 호주, 캐나다, 미국 그리고 북부 스웨덴은 광활한 대지와 사막, 빙하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관광업이 활발하고 사막 체험, 하이킹, 스키여행, 개썰매/엘크 농장/오로라 체험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특이한 경험들이 관광상품화되어있다. 또한 이동 범위가 넓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캐러번 여행이나 로드트립이 활발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기보다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 먹거나 싸 다니는 경우도 흔한 것 같다. 외지인들이 관광지로 이동하여 소비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관광이든 경제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의 관광에 대한 이미지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장엄한 건축물, 맛있는 길거리 음식 또는 지역 음식 체험을 위한 시장 방문에 한정되어 있었고 이를 통한 관광 수입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만 곧잘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본 사막, 빙하, 오로라, 소수민족, 캠핑에 관한 이미지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주었고, 적어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의 관광 상품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스웨덴, Kiruna(키루나), ICE 호텔/ 출처- 구글
스웨덴 북부 소수민족 Sami 거주지 투어/ 출처- 구글
우메오 및 북부 지역의 Elk(엘크) 농장 체험/ 10월 말 체험 예정, 신난다!

    첫날 Doris 교수님은 우리에게 Umeå에만 머물지 말고 많이 나가보고 여행을 다니라는 조언을 했다. 사를 하러 온 이상 논문을 많이 읽고 연구를 위한 배경 지식과 스킬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회를 충분히 경험하고 특히나 내가 '북부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있는 '관광'의 특성을 제대로 잡아내기 위해서는 이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의 눈이 카메라의 기본 번들 렌즈라면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광각렌즈를 가지기 위해 이 곳에서 현실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내가 이 곳에 온 목적은 공부도 공부이지만 이 사회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해하고, 나 스스로를 이 곳에 녹아내기 위함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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