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2. 2016

스웨덴에는 생일파티 말고 생일피카가 있다!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하는 Fika의 다양한 형태 그리고 이면의 의미

    매년 11월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가 지는 이 시점, 다들 아쉬운 마음이 큰 가요?

낙엽이 진 후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한 해는 저물어가지만 올해 11월 저는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순간보다 이 와는 정 반대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어요. 11월 1일 사랑하는 동생의 생일을 시작으로 스웨덴 우메오에 와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의 생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면서 늘 저는 한 사람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인연 중 나와 연이 닿았다는 경이로운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어제는 이 곳에서 만난 스웨덴 친구 빅토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Birthday Fika를 가졌어요. 빅토르는 태권도를 우연히 배우게 된 이후 우리나라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사랑하게 된 친구예요. 이 곳에 오는 많은 한국 학생들의 오빠이기도 하고, 숲과 낚시를 너무 사랑하는 친구라 덕분에 함께 숲이나 바다로 놀러 가기도 했답니다. 그의 방 한 곳에는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걸려있답니다. 빅토르는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초대해 그의 코리도(기숙사) 부엌에서 Birthday Fika를 주최했어요.


  

스웨덴 Kladkaka(초코머드케이크) ⓒ구글이미지

  Birthday Fika라.... 생소할 수도 있지만 결코 낯설지는 않은 단어예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스웨덴에는 Fika라는 문화가 있어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커피에 쿠키나 케이크를 곁들여 먹으며 친구, 가족 또는 직장 동료들과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사실 함께할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Fika를 선물할 수도 있답니다. 누군가는 커피와 디저트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게 어느 문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스웨덴 Fika가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스웨덴 Fika는 그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녹아져 있는 지켜져야 하는 문화라는 거예요.  실제로 지금 배우고 있는 스웨덴어 교과서에는 항상 대화에 Fika가 언제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들어있고, Fikar라는 동사, 피카를 위한 휴식시간인 명사 Fikapauser라는 존재한답니다. 단어에 그 나라의 문화가 새겨져 있다고 하잖아요. 이 단어들을 보면서 저는 Fika가 단순히 휴식을 위한 쉬는 시간이 아닌,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며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상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그 이면의 의미에 집중하고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요?



Birthday Fika는 뭔가요?

    생일날 케이크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며 초를 끄는 그 순간도 의미가 있지만, 역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고 여유롭게 1년에 한 번뿐인 그 날을 소중히 보내는 데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친구나 가족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해 생일을 맞은 친구를 놀라게 하여주기도 하지만 이 곳에서는 생일인 사람이 주최자가 되어 파티를 열기도 하더라고요. 지인들 외에도 공개적으로 파티를 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지인들을 모아 소박한 파티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대부분 파티를 하면 주최자가 약간의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놓고 참석하는 친구들이 각자 요리한 것을 가져와 나눠먹는 형식이에요. 그런데 파티가 부담스러운 경우 스웨덴 친구들은 Birthday Fika를 준비하기도 한답니다. 커피, 차, 와인 정도의 마실 것과 케이크나 가벼운 스낵을 준비해와서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더 시끌벅적한 파티보다는 주최자 입장에서도 덜 부담스럽고 참가하는 사람들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어 많은 친구들이 Birthday Fika를 생일파티 대신 주최해서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한답니다.


    어제는 빅토르의 생일을 맞아 10여 명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스웨덴, 대만, 한국, 독일, 네덜란드, 중국, 핀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였어요. 빅토르가 정말 맛있는 애플크럼블과 스웨덴 전통의 진한 초코 무스케이크인 클라드 카카를, 대만에서 온 한핑이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그리고 저는 바나나 파운드케이크를 준비해 갔어요. 이 외에도 와인과 스낵을 준비해온 친구들도 있었답니다. 각자 홈베이킹해 준비해온 정성스러운 음식들로 테이블이 가득 차고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렇게 Birthday Fika는 시작되었답니다.



직장에서도 Fika가 있나요?

    얼마 전 Umea(우메오) 대학교 국제교류처 직원분을 만나 Fika를 가졌어요. 한국에서 우메오로 오기까지 입학 관련해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 곳에 도착한 이후에도 학업과 생활에 상당한 신경을 써주고 계세요. 제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셨던지 Fika를 하자고 초대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되었는데 공식적으로 스웨덴에서는 시간마다 5분의 Fika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공식 업무시간이 8시간이라 하루에 40분의 Fika시간이 주어지는데, 보통 오전에 20분 오후에 20분 나눠 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다른 Fika들?

   

     저는 매주 월, 수 시내에 나가 스웨덴어 수업을 3시간씩 듣는답니다. 3시간이라니 숨 막히지만 실제로 수업일과는 5시 30분에서 7시까지 1교시를 마치고 7시부터 20여 분간 Fika를 한 후 8시 40분까지 2교시를 진행한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배꼽시계가 울릴 무렵 취하는 Fika는 2교시 동안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주고 있어요. 가져온 간식을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고 그들은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랍니다!


    지난주에는 첼로를 연주하는 친구의 라이브 공연에 참석했어요. 1시간 여의 1부 공연이 끝난 후 대부분 공연들은 Intermission을 갖듯이 1부 공연이 끝날 무렵 공연을 기획하신 분께서 Intermission이라는 단어 대신 Fikapauser를 갖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나가보니 커피잔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있었어요. 어찌 보면 Coffee break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모든 일상생활에서 Fika를 실천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여러분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만의 Fika 타임을 가지고 계시나요? 스웨덴이 노동 시간 대비 가장 생산성이 높은 나라라고 하는데 이런 휴식을 취하면서 일하는 동력을 다시 얻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간혹 Fika 하다가 일하는 시간 동안 게을러지고 노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직까진 Fika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균형적인 시각으로 이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서 또 다른 소재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