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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8. 2016

스웨덴에서 만난 작은 유토피아

Dignity: 그들을 보며 그렇게 늙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꿈꾸는 노년의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20대 모든 것을 꿈꾸고 한창 패기 넘치게 내 길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우리들이지만 요즘 우리는 희망보다 절망이라는 단어를 더 안고 사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절망 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겠죠. 저 역시도 아주 평범한 한국의 한 청년으로 커리어와 결혼 등 미래를 고민하며 걱정을 안고 살아왔어요. 돈, 안정 등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서도 내가 성취하고 싶은 삶과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실천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자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그중 제가 성취하고자 했던 삶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나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그저 시간이 좀 더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 싶었고, 그저 좀 더 인간다운 대우를 모든 사람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고,  물질보다는 정신이 좀 더 중요시되는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을 뿐이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개성을 존중받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쉽게 말하면 인간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었는데, 인간적이라는 말도 적어놓고 보니 굉장히 추상적이네요. 여러분에게 '인간적인 삶'은 어떤 삶인가요? 제게는 '인간적인 삶'이 소중한 생명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 식, 주를 쟁취하기 위해 너무나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다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받는 삶이랍니다.


    사실 지금까지 나의 20 ~ 30대 젊은 시절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해봤지만 여전히 먼 미래인 것만 같은 나의 노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많이 없어요. 여러분은 '내 나이 60대, 70대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어떤 표정을 얼굴에 띄고, 어떤 가치를 마음에 품으며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바쁘게 1분 1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와중에 이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너무나도 큰 사치로 여겨지기도 하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모두에겐 24시간이 동일하게 주어지는데 각자가 체감하는 1분 1초의 무게는 너무나도 달라요. 내가 어떤 사고를 하며 살아가느냐도 준비하지만 내 사고를 관장하는 사회 구조의 영향도 어마어마하죠. 사실 한국에서는 제 눈 앞에 처한 일을 하루하루 쳐내기도 바빴지만, 주변에서 연세 드신 분들과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제 경우에는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양로원이나 병원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네요. 사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마음이 아픈 경우가 많았어요. 자식들이 부모를 양로원에 맡겨두고 대부분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그곳에서도 갇혀 지낸다고 느끼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인간이 나이에 따라 인간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때가 정해지는 게 아닌데, 왜 우리는 노년에 한 없이 무기력해지는 걸까요?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 최저 출산율, 고령화, 세금의 오남용, 정치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우리나라의 노년층을 더욱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떨까요?


 .

스웨덴 전 사회부 장관, 잉엘라 탈렌 / KBS 다큐 한 장면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노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랍니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고 다양한 국가의 연금보험에 가입해 열심히 세금을 내고 은퇴 후 보장을 받는 방식이에요. 젊은 시절에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가 실 연금 수령액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요. 기술공이었든 장관이었든 적어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저 생활비는 다 보장받고, 그 이상으로는 자기가 낸 세금 정도에 따라 받는 제도니까요. 지금의 사회제도를 만든 스웨덴 전 사회부 장관 '잉엘라 탈렌'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해요(Sweden 노년 복지 관련 기사(오마이뉴스): http://bit.ly/2gxJzrc).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지역 별로 노년들을 위해 음악, 춤, 운동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이 마련되어 있어요. 또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구분되어 취미를 즐기기보다 함께 어울린답니다. 제가 다니는 스포츠 센터인 IKSU(익수)에도 어린아이부터 20~30대, 50~ 60대까지 한 클래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운동을 함께해요. 줌바를 하러 가면 저와 함께 줌바에 흠뻑 빠져있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보기도 하고, 수영장에서 하는 에어로빅인 Aqua(아쿠아) 수업을 가면 오히려 저와 친구만 청년층인 경우도 있어요. 아무래도 노년층이 은퇴 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외에도 국가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생계에 대한 부담 없이 여행, 운동, 취미 생활 등 일을 하며 미뤘던 것들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거겠죠?



오늘은 그동안 글로만 배운 스웨덴의 행복한 노년에 대해 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요.

2016 Bass & Friends 공연 포스터

    얼마 전 저는 멋진 스웨덴 할아버지가 기획한 작은 음악 공연에 다녀왔어요. 이 곳 우메오에서 친해진 한국인 친구 덕분이에요. 이 친구는 생물학을 공부하지만 12년간 첼로 사랑을 바탕으로 현재 우메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어요. 친구에 의하면 친구와 함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시는 멋쟁이 베이시스트 스반테(Svante) 할아버지는 대학교수로 재직하시다 은퇴하셨다고 해요. 5년째 'Bass와 Friends'를 콘셉트로 매년 공연을 해오고 계세요. 이번에는 제 친구가 오케스트라 인연 덕분에 스반테 할아버지의 공연에서 첼로를 연주하게 되었어요. 은퇴 후 멋진 자기만의 삶을 설계해나가시는 할아버지 이야기만으로도 놀랐는데,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수많은 노년 관객 때문에 더 놀랐어요. 공연기획자가 할아버지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만 단정 짓기엔 그 비율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답니다. 실제 공연하시는 분들이 다 노년층도 아니었고, 공연 어디에도 노년을 위한 공연이라고 표시된 곳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놀란 토끼 눈을 애써 감추며 공연장에 들어갔어요.


                                 <2016 공연 中>

  공연은 베이시스트 스반테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드러머와 피아노를 맡은 할아버지의 아들 두 분과 바이올린, 첼로, 전자 베이스, 노래를 맡은 할아버지의 지인들, 그리고 3 곳의 지역 합창단원들과 함께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데 모여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감명 깊었는데, 더욱이 인상 깊었던 건 중, 장년층과 노년층의 참여예요. 실제로 지역 합창단원에는 청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40~50대 부모님 세대였고, 악기 연주자 중 1/3이 40~60대 분들이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봐온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은 일과 자식 농사 때문에 당신의 생활을 거의 포기하는 것 외에도, 은퇴 후에도 생계 걱정 때문에 제대로 노년의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날 공연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특히, 이 분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도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에요.


  <스반테 할아버지의 2015 공연,
                                          출처: visitUmea/구글>


    자신의 직업 외에도 오랫동안 취미로 사랑해온 것들을 여가시간이나 은퇴 후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스웨덴의 사회 시스템. 관객들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이 공연에 참가하신 분들을 통해 스웨덴의 정책이 실제로 개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여담으로, 친구가 속한 우메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도 중/장/노년층의 비율이 50% 이상 이랍니다. 매번 공연을 가면 바순, 플루트, 바이올린,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시는 우리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곤 해요. 일을 통해 사회를 위해 개인이 다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일 외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 적어도 인간다운 생활을 생애 걸쳐 보장받을 수 있고,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사회. 제가 그리던 저만의 유토피아를 저는 이 곳 스웨덴에서 발견했어요. 스웨덴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두드러지는 이민자 문제 외에도 교육 격차, 복지 세수 확보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현존하지만 지금껏 이 나라가 유지하고 보수해 온 복지 시스템과 사람들이 형성해온 문화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또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아요(ㅎㅎ). 어딘가 구멍이 발견되면 근원을 찾고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겠죠. 모든 사회는 다양한 문제와 사회 갈등을 통해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스웨덴에서 만난 작은 유토피아는 앞으로 제가 노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역할을 다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어요.

    평균 수명이 길다는 진부한 사실 외에도 한 인간으로서 연령에 상관없이 여러분은 어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것은 나의 삶을 좀 더 건설적이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노년을 그리고 계시나요? 아래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제가 느낀 바를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스반테 할아버지와 만나 Fika를 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흔쾌히 Okej를 주셨네요! 다음 음 번엔 할아버지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우메오에 사는 내 이야기 Insta: walk2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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