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쓰기

드라마 <런 온>을 보내며

by Journey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중에서)



대화법 공부를 할 때 들었던 이 말은 저에게 굴레와 같았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깨달았거든요. 그럼 나는 아이를 사랑할 수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괴로웠어요. 그래서


오미주 :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기선겸 : 응,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오미주 :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는 이렇구나.

서로 다른 세계를 나란히 둬도 되지

않을까?그렇죠?

그러니까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 되지.​


​드라마 <런 온> 마지막 회에서 오미주와 기선겸이 나누는 이 대화가 저에게는 너무 큰 위로와 희망이었습니다.

아이는 내가 아니니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위로.

이해하려고 애쓰는 마음과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 그거면 충분하겠다는 희망.

참으로 홀가분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랬지만 특히 마지막 회는 선물 같은 회차였습니다. 오미주가 번역한 영화의 주제,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상냥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 어쩌면 드라마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주, 조연 배우들이 모두 영화관에 모여서 영화 관람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에 드라마의 엔딩은 주인공들의 서사를 마무리 짓고 조연의 이야기는 엔딩 크레디트로 짤막하게 혹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조연까지 섬세하고 다정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같아서 몽글몽글해졌어요.

<싱어게인>을 즐겨봤는데 여타의 경연 프로그램과 달리 정말 경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수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거든요. <런 온>의 엔딩씬은 드라마 버전의 <싱어게인>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마지막까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드라마를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말 '아름답다'에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이 담겨 있다. 우리 옛말에서 '아름'이라는 말은 '나, 개인'이라는 의미였다.

'아름답다'의 '아름'을 '한 아름'과 연관 지어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단어를 분석해보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말에서는
'-답다' 앞에 주로 사람에 해당하는 말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답다, 학생답다, 어른답다, 아이답다, 여자답다, 남자답다'와 같이 사람이 해당하는 말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름'을 중세 국어에서 찾아보면 '개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 사람답다, 나답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생각에는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잘 발휘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귀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원래 자기 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거다. 자신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게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말 선물' 중에서


이번에 선생님과 나눈 이 글쓰기는 '아름다운 글쓰기'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두 사람이 각자 자기답게 자신만의 스타일과 속도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요. 같은 회차의 내용을 다르게 풀어나가는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고 기쁘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훈련이 되었어요. 덕분에 드라마를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말하듯이 글을 쓰다 보니 이 글을 읽을 선생님이 바로 눈앞에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참 따뜻했어요.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두 사람이 드라마 <런 온>의 같은 회차를 보고 나서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은 글입니다. 같은 내용을 봤지만 서로 떠올린 주제나 느낌이 달라 다양한 시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한 microcosm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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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출처 : JTBC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