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단단한 창조의 힘
얼마 전 스레드(인스타그램과 연결된 텍스트앱)친구가 가게에 왔다. 하루 전 빵을 예약하고, 사러 와준 발걸음만으로도 고마운데 직접 만든 '애완'돌과 작은 잔을 선물로 챙겨서. 나는 반려라는 단어를 선호하지만 그가 굳이 애완으로 부르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작가로서 공방을 운영하는 그의 작품 애완돌은, 실물로 보니 더 귀엽고 까슬한 감촉도 좋았다.
스친이 가고 난 뒤 그의 온라인 스토어를 찾아보니, '돌멩이'가 주는 선입견에 비해 가격은 높은 편. 역시 그만한 까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드는 과정을 머릿속에 펼쳐보니, 그 이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완돌로 검색했을 때 뜨는 대부분의 다른 돌멩이들은 자연에서 가져온 것이었지만, 그의 돌멩이는 흙을 직접 성형하고 구워 만들어 느낌이 사뭇 달랐다.
유일한, 고유한 대상에 싸다 혹은 비싸다 운운하는 상대적인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신들이 흙덩이를 빚어 인간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이는 형태로 창조하고, 매력을 부여하는 기쁨은 가히 신적이라 할 정도여서 도저히 끊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그는 빵을 굽는 것과 돌을 굽는 과정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돌아간 후, 남겨진 돌들을 곁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볼수록 그저 귀엽기만 하지 않다.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하나뿐인 단순한 형태, 조금씩 다른 표정, 만졌을 때의 옹골찬 단단함에서 오는 기분 좋은 치유효과.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는 이에게 휴대 가능한 크기의 응축된 에너지는 길들이기에 따라 여러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백수정, 자수정, 소달라이트, 플루오라이트, 블루레이스 아게이트, 흑요석 등의 크리스털을 모아 가끔씩 힘을 얻곤 했는데. 아무래도 이들에게 미운 오리 같은 경쟁자가 생긴 듯.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자기의 창조물을 선물로 줄 만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공방에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올해 안에 방문해서 경계 없이 깊은 이야기를 나눠봐야지.
푸드트럭 2년, 카페 2년 반, 베이커리 3년째임에도 여전히 손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나. 꾸준히 명상하며 나아지고 있지만 타인에게 관심이 부족한 줄 알았는데, 그저 쉽게 만날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모호하고 까물까물한 빛이 아닌, 자신의 색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 누군가에게 창조의 힘을 일깨울 수 있는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