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 꺼내기
하루의 매출賣出에 점점 둔감해진다.
만족스러워서? 아니.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지만.
몇 달 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매출을 제시하면서 미도달시 일을 그만두겠다던 짝꿍 덕에 한동안 매일 숫자에 얽매이며 긴장감을 높이던 시기가 있었다.
목표에 비해 남은 기간이 너무 짧아 ‘역시 넘사벽이구나’ 하며 멈춘 이후, 그만두겠다던 그는 어쩐지 결정을 미루는 상태.
폭풍우 속을 홀로 항해하는 듯했던 날들은 어느 순간 동료나 매출을 떠나 매장에서 내가 오롯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로 바뀌었다.
집이 휴식과 명상의 공간이라면 매장은 생활의 공간. 생계를 해결하고 꿈을 향해 활발히 움직이는 곳이다. 가장 좋아하는 요소들이 모여 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초대의 손짓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겨우 매출 자체에 머리를 굴린다면, 가게에 들어온 손님도 빵이 비싸네, 비싸지 않네 하며 가격 먼저 계산하게 되지 않을까?
그보다는 이곳만의 매력을 새롭게 재조명해 적극적으로 뿜어내고, 누군가 추상적으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며 발전하는 쪽이 바람직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랑을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결혼'이라고 스스로 정의내려 왔다. 아기를 낳기 위해서라거나 의지할 사람을 찾겠다는 등의 다른 동기는 없었던 것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솔직한 결혼 속에서 나는 매일 남편에게 사랑을 외치고, 요구하며, 그만큼의 행복을 느끼며 산다.
매장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해 택한 우주적 공간이 아닐까.
요즘은 마감시 보이는 숫자나 짝꿍의 진짜 퇴사일을 예상하는 대신 오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스스로를 흔들고 깨부술지에 초점을 맞추며 어느 때보다 바쁘면서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출근해서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태껏 한 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빵을 만드는 일이다.
그다음으로 행복한 순간은 손님을 맞이함에 부족함 없이 공정하게, 필요로 하시는 것을 친절하게 내어드릴 때.
짬짬이 공부하고 글 쓰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다면 행복은 소리 없이도 가득 차오른다.
가을이 오고 있는데 작년이나 재작년과는 다른 컨셉의 슈톨렌을 어떻게 만들지- 하는 생각,
짝꿍과의 갈등 속에 스르르 지나쳐버린 매장 3주년을 어떻게 기념하나 하는 생각,
앞으로 어떤 식으로 릴스를 촬영해서 업로드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분명 필요하지만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행동은 과정에 따른 결과로 만나보아야 할 고마운 매출에 먼저 천착하는 태도와 닮아있다. 그보다는 다양한 책을 읽고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며(온라인 쇼핑 등) 자연스레 힌트가 떠오를 순간을 기다린다. 가장 조화로운 결론을 잉태할 수 있길 바라면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사랑받거나, 사랑하거나, 혹은 밀당 따위로 도저히 충족되지 않는 사랑을
다른 존재와 거리낌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스스로 창출하고 또 지켜나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결국 나이자 나의 가족이니까.
내가 만들 수 있는 모든 브랜드의 중심에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코어 브랜드. 코어의 에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내면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기울이며 가능한 데까지 실행하고 싶다.
'매'일, 노'출'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