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기온에 라디에이터를 켰다.
방문을 닫고 명상하는 동안, 평소처럼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던지며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는 반려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생겨나 이곳에 있을까?
시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그들은 그를 프린터처럼 출력했을 뿐 직접 디자인하지는 않았음이 분명하다.
나도 그렇게 왔겠지.
신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를 이곳에 보내
지금 잠시 글을 쓸 시간과 노트북, 건강한 몸을 허용하고 있을까.
처음부터 완전한 내 의지로 이루어진 일은 없다.
내 안의 영혼, 그리고 그런 영혼들의 총합과도 같은 우주의 지성(신)이 인도하는 길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그의 창조를 의식적으로 대리할 뿐.
주 1회씩 한 달의 단식이 끝나고 이번 주는 이틀 단식을 계획해본다.
3일, 7일, 9일... 늘려서 몸 속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머릿 속까지 더 맑아질 수 있다면
꿈같은 물질 세계에서 모두가 원하는 것을 더욱 완전히 창조하고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겠지?
스스로의 얼굴이 생생히 만져졌던 자각몽을 떠올려보면, 잠든 상태와 깬 상태의 중간에서 잠시 일어난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하나의 꿈이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즐겁고 자유로운 행동을 펼치려면,
현재 의식 상태와 그 너머의 의식 상태 사이에
자주, 쉽게 머무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다가, 깼다가, 자다가, 깼다가 하며
매일 조금씩 경계를 흐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