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평택으로 이사 와서 서울과 다르게 느낀 점들 중 하나는, 다른 은행보다 농협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로컬 농산물코너가 따로 마련된 하나로마트도 몇 군데 있는데,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안중읍, 용이동, 이충동 - 이렇게 세 곳(참고로 안중에 산다).
어제는 휴무라 장을 보러 갔다가 로컬 코너 앞에 진열된 토종다래를 처음 봤다. 크기는 대추만 한데 얼핏 보면 매실 같기도 하고, 왠지 단단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진녹색의 낯선 열매. 카트와 한 몸이 된 남편에게 팩째 들어 보여주니-
"그거 몇 달 전부터 있었는데?"
그간 오색찬란한 다른 과일들에 정신이 팔려 못 봤나? 교과서에서 배운 청산별곡에나 나오는 고대 과일인 줄 알았지, 마트에도 있을 줄이야.
맛도 궁금하거니와 디저트로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바로 구입해서 오늘 매장에 데려왔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고 쓰여있어 살짝 눌러보니 생각보다 말랑거린다. 무화과처럼 살살 씻어 반쯤 깨물었는데, 오모나?
생각보다 맛있는데…?
키위를 닮은 맛이지만 더욱 옹골찬 느낌이랄까, 평소 알이 작은 과일을 선호하는 내겐 달달한 키위보다 훨씬 진하게 다가오는 맛이다.
'이 정도면, 타르트지~!‘
아몬드가루와 쌀가루, 오트밀 등을 넣어 빠르게 타르틀렛을 구웠다. 굽는 동안 국산콩 두유에 코코넛밀크와 아가베시럽, 한천을 더한 비건 커스터드크림을 끓이고.
한 김 식은 타르틀렛에 토종다래와 크림을 채워 넣고, 윗부분도 장식해 제철과일 타르트 완성. 한 입 베어 먹으니 먼저 고소한 아몬드향이 마중 나오고. 바삭하게 부서지는 타르틀렛과 크리미한 커스터드, 새콤달콤한 토종다래가 입안에서 마구 엉클어진다.
‘종일 비 온다고 했지만 눅눅해지면 어때.
남으면 내가 다 먹어야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디저트를 생각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점은 베이커리 사장의 사소한 특권이 아닐까. 비건에 글루텐프리인 데다, 달지 않고, 제철 로컬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 밖에서 구하려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타르트가 충분히 바삭할 때 함께 먹으며
기뻐할 누군가가 없다는 게 늘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