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5
Day1. 1년 만의 프다팡, 1년 만의 다이빙
https://brunch.co.kr/@engbenedict/118
Day2. 급할수록 천천히
https://brunch.co.kr/@engbenedict/119
Day3. 칭찬은 프리다이버도 춤추게 한다
https://brunch.co.kr/@engbenedict/120
Day4. '가 본' 수심과 '갈 수 있는' 수심
https://brunch.co.kr/@engbenedict/121
Day5. 얼리턴과 다이빙의 질
https://brunch.co.kr/@engbenedict/122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그 생각에 눈 떠서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으 집에 가기 싫어 회사 가기 싫어 바다 못 가는 거 싫어. 싫어 싫어.
그래도 오늘 하루 다이빙 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 는 개뿔 아쉬웠다.
아이고 아이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마음.
프리다이브 팡라오에 오면 정말이지 프리다이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삼시세끼는 철저히 다이버의 바이오 리듬에 맞춰 제공되고
매일 오전 다이빙에 다녀오면 클리닝 서비스를 마친 쾌적한 숙소가 기다린다.
쓰다 보니 홍보글 같다. 그저 작년과 올해 머물렀던 센터에 대한 내 솔직한 후기다.
한 푼도 받은 적 없고 마스터 과정도, 강사 과정도 꽉 채워 내돈내교.
내 돈 내고 내가 교육받았다.
이곳은 사실 프리다이빙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시작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공간은 아닐지 모른다.
실제로 작년 마스터 다이버 과정을 할 때는 이 센터에
나만 강사가 아닌 레벨이었다.
(이번엔 AIDA2 교육생들도 계셨다.)
소속된 강사들 외에도, 이곳은 수심 대회 선수들이나 딥다이버들이
본인의 트레이닝을 위해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
다이빙 장소로 보트를 타고 나가면서
딥다이버들이 서로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오늘은 오랜만의 다이빙이니 60m만 내려 워밍업을 하겠다느니 (......?)
새로운 핀에 적응할 수 있게 오늘은 80m까지만 줄을 내리자느니 (..................?)
어나더 클래스의 대화가 들린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은 이유는 김동하 트레이너가 계신 곳이어서였다.
몇 해 전 우연히 다큐멘터리에서 본 그의 삶에 대한 태도나 방식이 인상 깊었고
때문에 그가 운영하는 센터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동하 쌤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레지던트 강사들과
장기간 트레이닝 중인 다이버들 모두 좋았다.
다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유쾌하지만 산만하지 않고
담백하지만 싱겁지 않고
진지하지만 너무 심각하지 않다.
어떻게 내가 있는 동안엔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을까 싶다가도
사실 이런 결의 다이버가 아니라면 굳이 이곳을 선택하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해가 가기도 한다.
프리다이빙은 바다를 공유하는 다른 스포츠 종목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그리고 프리다이브 팡라오의 분위기는 이를 대변한다.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 휴가나 여행을 온 사람들도 많을 텐데
투어나 관광보다 프리다이빙 그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리다이빙을 위한 생활 리듬과 식이, 대화의 주제나 내용도 주로 프리다이빙.
그러다가도 드라이데이(dry day)* 전 날,
또는 누군가 레벨 과정을 마친 날이 오면 신나게 먹고 마시며 축하해준다.
작년 내가 있는 동안 한 부부가 AIDA 강사과정을 마친 날,
다같이 삼겹살&소주로 1차를 하고 근처 식당으로 2차를 갔다가
센터로 돌아와 3차로 먹고 마셨다.
돌아가며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렀던 것까진 기억이 난다.
이 사람들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었다.
아, 동하 쌤도 술 잘 드시더라...
*드라이데이(dry day): 물에 젖지 않는 마른 날. 다이빙을 하지 않는 날을 의미한다.
오늘은 강사과정의 공식적인 마지막 다이빙이다.
내일도 바다에 오긴 하지만 다이빙을 하지 않고 덕다이빙, 중성부력 등
AIDA2, 3 개방수역 교육 실습을 해볼 거라고 했다.
남은 과제는 CNF*.
나도 YR도 첫 번째 시도에서 어렵잖게 20m 과제를 완수했다.
동하 쌤이 과정 시작부터 노핀(no fins) 종목들이 쉽지 않다고
워낙 겁을 줬던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는' 수월했다.
YR은 오늘 바다로 나오기 전,
센터의 레지던트 강사이자 노핀 종목 국내 랭커인 찬 쌤으로부터 속성 과외를 받았다.
내가 봐도 YR의 노핀 다이빙이 달라져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 짧은 노하우 전수에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
*CNF(Constant weight No Fin): 핀을 착용하지 않고 수행하는 수심 종목(CWT).
CNF도 DNF*도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장비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다이빙의 장점 중 하나인데
이제는 핀도 벗어던지게 되는구나.
동하 쌤은 우리 둘 다 노핀에 잘 적응하고, 운동신경과 수행능력이 좋다고 했다.
우리가 "에이", 하며 머쓱하게 웃자
동하 쌤은 본인이 여태껏 강사 후보생을 얼마나 봐왔겠냐고, 진심을 강조했다.
*DNF(Dynamic No Fin): 핀을 차지 않고 수행하는 수평 잠영(DYN).
CNF를 마지막으로 나는 강사과정의 모든 수행 과제를 마쳤다.
교육과정이긴 했지만, 다이빙을 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좋았다.
끝이라니,
다음 보홀은 또 언제가 될까.
모든 과제를 마친 후련한 뿌듯함에 앞서
본 과정의 다이빙이 끝났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욱 짙었다.
오후 이론 시간에는 강사활동을 하는 데에 필요한 실용적 내용들에 관해 배웠다.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계획이라거나, 강사 또는 단체를 홍보하는 방식이라거나,
16세 미만의 교육생을 교육할 수 있는 Youth 과정 등등.
그리고 AIDA 협회의 여러 가지 규정들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런 것들을 꼭 지켜야 한다거나, 어떤 것들을 어겼을 때 어떤 어떤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거나 하는.
그리고 각각 내용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까다롭지 않았고 수업을 듣자마자 풀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내일은 스페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날이다.
그리고 밤늦게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
며칠에 걸쳐 다 만들어놓은 ppt를 수정하고 수정하느라
늦게까지 카페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매일 마사지를 받으려고 했었는데,
초반 이틀정도 받고 언젠가부턴 그것도 못하고 있었네. 우씨.
Day.7 나의 프리다이빙
https://brunch.co.kr/@engbenedict/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