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거울 앞에 서서 오른쪽 팔을 살짝 올려보았다. 어깨가 무겁게 잠긴 듯, 팔꿈치까지 저릿한 통증이 내려앉았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통증은 달랐다. 뒤로 손을 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오십견’이라고 불렀다.
나는 한동안 믿고 싶지 않았다. 남들에게서만 듣던 이야기, 내게는 아직 오지 않을 거라던 생각.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말들이 내 몸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폐경.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변화라고 했지만, 막상 나에게 다가오자 낯설고 두려웠다. 다행히 큰 증상은 아직 없었다.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열감도, 갑작스러운 한기도 내겐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파고든 것은 예기치 않은 통증이었다. 오십견은 어느 날 불쑥 내 삶을 흔들어 놓았다.
처음엔 단순히 어깨를 돌리기 힘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자 작은 동작 하나에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다. 일상은 점점 불편해졌고, 마음은 위축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제 나도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러나 그때 떠오른 것은 ‘운동을 멈추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었다. 통증이 두려워 몸을 움츠리면 더 굳어버린다고 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팔을 올리고 내리고, 천천히 돌리며 버텼다. 처음엔 고통이 더 심해지는 듯했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 아픔 속에서 내 몸은 스스로 회복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어떤 날은 손가락 끝까지 저려왔고, 가끔은 진절머리가 날 만큼 욱신거렸다. 그럼에도 나는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아픔을 피해 도망치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길어졌다. 오십견이 지나가면, 그다음엔 또 어떤 아픔이 찾아올까. 무릎일까, 허리일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강물처럼 흘러가고, 몸은 그 물살에 따라 변해간다. 하지만 두려움만 품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다시 팔을 천천히 올려본다. 여전히 아프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미소를 지어본다. 나이는 막을 수 없지만, 긍정적인 마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언젠가 또 다른 아픔이 온다 해도, 나는 그때도 운동하듯 살아갈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건강하게, 덜 아프게, 그렇게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