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속에 갇힌 딸의 마음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by 애나 강

며칠째 마음이 무겁다.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오면, 반가움보다 먼저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밥도 먹기 힘들어.”
“차릴 힘도 없어.”
“그냥 대충 먹었어.”
엄마의 목소리는 늘 지쳐 있고, 그 말들은 매번 내 마음속에 돌처럼 내려앉는다.

딸로서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짜증이 난다.
엄마는 왜 매번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만 하실까.
남에게는 하지 않으면서, 왜 꼭 딸에게만 하실까.

엄마에게 그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엄마, 나도 힘들어. 그런 이야기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져.”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누구한테 얘기하냐, 딸이니까 하지.”

그 말이 이해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는 ‘딸이니까’ 기대셨지만, 나는 ‘딸이니까’ 무너져버렸다.
엄마의 슬픔을 나누는 게 효도인 줄 알았는데,
그 슬픔이 내 마음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민 온 지 어느덧 15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엄마의 한숨은 늘 내 곁에 머문다.
동생들도 제각각 사는 게 쉽지 않다.
남동생은 아프고, 여동생은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엄마의 걱정 속에는 늘 가족의 사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하루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엄마의 삶은 엄마의 몫이고, 내 인생은 나의 몫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엄마의 말들을 전부 품으려 하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이 병들어 버리니까.

엄마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나를 아프게 할 때는
조금 거리를 두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이제야 배운다.

오늘은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차를 끓여 놓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사랑은 때로, 조금의 거리에서 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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