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낳은 자식인데

처음엔 모두 사랑이었다

by 애나 강


사람들은 좋은 인연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깊어져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모든 게 설렘이고 행복이다.
서로의 좋은 모습만 보이니,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서로의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고, 감정이 닳아가며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주고받는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이 조금씩 줄어들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부로 살며 자식들을 낳고 키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부 사이가 틀어질수록 그 화살이 자식에게로 향할 때가 있다.
“너는 아빠 닮아서 그래.”
“너는 엄마를 닮아서 그렇지.”

서로 좋아서 만나 낳은 아이인데,
좋지 않은 일만 생기면 꼭 아이에게서 그 이유를 찾는다.
자식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누가 나를 낳아 달라고 했나...’

나 역시 어릴 적, 친정엄마가 그런 말을 하셨다.
“너는 아빠 닮아서 그래.”
좋은 점은 ‘엄마 닮았다’ 하시면서,
나쁜 점은 꼭 아빠 탓이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그냥 듣고 넘어갔는데,
막상 내가 결혼해서 살아보니,
나 또한 그런 말을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순간 참 이상했다.
‘아, 나도 엄마처럼 되고 있구나.’

지금도 가끔 엄마가 아빠 이야기를 그렇게 하실 때면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마음이 불편하다.
서로 사랑해서 만나 자식을 낳았는데,
안 좋은 일만 생기면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그 말 자체가
이제는 너무 싫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고,
그리고 나 자신이 더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누가 낳아 달라고 했나 싶다.”
그 말에 묘하게 마음이 아팠다.

사랑해서 만나고, 사랑해서 낳은 아이들이다.
부부의 인연이 어찌 되었든,
그 사랑의 결과물만큼은 **누구의 탓도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기적’**이라는 걸 잊지 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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