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이야기, 자랑일까 비교일까
친구가 전화를 걸어올 때면, 솔직히 조금 설렌다.
“오랜만이네,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돈 많은 사람, 잘 차려입는 언니, 음식도 잘하고 말도 잘하는 누군가.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친구는 매번 그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처음에는 그냥 들어주었다.
“그래, 재밌네.”
“와, 그렇구나.”
그런데 몇 번이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내 마음속에는 작은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친구는 혹시 자랑을 하고 싶은 걸까.
혹은 나보다 조금 더 멋져 보이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왜 나만 이렇게 들어야 하지?’라는 답답함이 들기도 한다.
전화 속 친구는 또 남편 이야기를 한다.
“우리 남편은 이런 음식도 하고, 나는 못하는 음식이 있으면 내가 한다.”
나는 잠깐 멈칫한다.
“그래, 알겠어.”
그런데 마음 한켠에는 ‘나는 왜 이렇게 비교되는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친구가 반복하는 이야기 속에는
돈과 옷, 음식과 능력,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담겨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나에게 들려준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전화가 오면 내 상황을 먼저 알려주기도 한다.
“지금 잠깐 바빠서, 나중에 이야기하자.”
혹은 주제를 살짝 바꾼다.
“그건 재밌네. 근데 요즘 책이나 취미는 어떻게 돼?”
조금씩 경계를 만드는 건 나를 위한 선택이다.
친구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일 뿐이다.
친구의 반복적인 자랑과 비교 이야기를
억지로 다 받아줄 필요는 없다.
내가 피곤하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어도 된다.
그래야 관계도 오래, 마음도 편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친구의 이야기는 친구의 습관일 뿐,
내 마음까지 지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나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그저 서로의 거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된다.
전화가 올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조금은 여유롭고, 조금은 편안하게
오늘도 나는 ‘나’를 지키며 전화를 받는다.
그게 결국, 내가 지켜야 하는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