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위로를 기대했던 순간

by 애나 강


나이를 먹으면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
이미 지나온 시간들이
하나의 답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한다.

나는 그게 늘 조금 낯설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믿는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의 발걸음이 다르듯,
아픔의 크기도, 무게도
모두 다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더 힘들었어.”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내 이야기는 작아지고
내 감정은 사라진다.

얼마 전,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에게
내 몸이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해결책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대단한 조언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힘들었겠다”
그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언니의 더 아팠던 이야기들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경험담 속에서
나는 어느새
위로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나는 기대고 싶어서 말을 꺼냈는데
왜 다시 나 혼자가 된 기분일까.

그날 이후로 문득 생각했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덮어버리며 사는 걸까.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비교는 왜 시작되는 걸까.
공감보다
경험의 크기를 증명하려는 이유는 뭘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 분명한 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애써 정답을 찾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듣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정확한 답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허락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은
그런 말을 듣고 싶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버티고 있다고.

오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나타나기를.

그날이 오면
나는 아마
아주 오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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