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긴 밤, 나만의 쉼표
요즘 부쩍 더워진 날씨에 밤잠 설치는 분들 많으시죠.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밤까지도 식지 않으니,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보지만 그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습니다.
불쑥 깬 새벽녘, 땀이 배인 베개를 뒤척이다 보면 겨우 잠이 들어도 아침이 오면 몸은 더 무겁고 개운함은커녕 피로만 더 쌓여 있는 듯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눈을 떠야 하는데 눈꺼풀은 천근만근,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머릿속은 '오늘은 어떻게 버틸까'라는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낮에는 더위에 지쳐 온몸이 나른하고, 퇴근 무렵에는 녹초가 되어 그냥 쓰러져 자고만 싶죠.
이럴 때일수록 참 신기한 게, 몸은 지쳐도 마음 한구석엔 '이번 여름엔 어디로 떠나볼까?'라는 작은 설렘이 피어오릅니다.
곧 다가올 휴가철. 다들 머릿속으로 한 번쯤은 여행을 그려보셨을 거예요. 푸른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갈까, 시원한 계곡으로 갈까, 아니면 에어컨 빵빵한 숙소에서 맛있는 거 먹고 푹 잘까.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이번 여행은 제대로 쉬다 올 수 있을까?'
마음먹고 떠났다가 피로만 더 쌓여 돌아오는 경우, 다들 한 번쯤은 있으셨을 거예요.
낯선 숙소,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 교통체증까지 겹치면 힐링은커녕 체력은 바닥이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과연 휴가는 꼭 멀리 떠나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소박해도 좋으니 나에게 딱 맞는 '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냉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에어컨이 시원한 방에 누워 책 한 권 읽다 스르르 낮잠에 빠지는 것도 좋고, 집 앞 공원 그늘에 앉아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맞으며 음악 한 곡 듣는 것도 충분한 휴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이 주는 설렘과 추억은 또 다른 소중함이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낯선 곳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돌아와도 그만큼 마음에는 오래도록 간직할 이야기가 남죠.
언제고 꺼내 보면 미소 지을 수 있는 사진과 기억들 말이에요.
이번 여름은 조금 더 나를 아끼는 휴가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무리하게 먼 곳으로 떠나기보다, 몸과 마음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살짝 귀 기울여 보는 거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수박 한 조각에 웃음짓고,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가만히 흘려보내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충전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무더운 여름밤, 오늘도 설잠에 뒤척이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 긴 여름 끝에는 다시 기운 차릴 수 있는 내 작은 쉼표가 꼭 찾아오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