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수렁에서

by 애나 강

생각의 수렁에서

밤 11시 47분. 불은 껐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온갖 장면이 떠오른다. 오늘 친구와 나눈 어색한 대화, 내일 있을 발표에서 실수할까 걱정되는 마음, 그리고 아무 일도 없지만 괜히 불안한 미래. 머릿속이 고요해지기는커녕, 되려 소란스러워진다.


“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내일 또 실수하면 어쩌지.”

“혹시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생각은 하나에서 열로, 열에서 백으로 늘어난다. 처음에는 작았던 물방울이 점점 커져서 결국 홍수가 되는 것처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가라앉는다.


문제는, 이 많은 걱정들 중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내가 만든 상상 속의 괴물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내가 달려가기보다는, 스스로를 묶어두게 만든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 더 둔했으면 좋았을 텐데.’ 덜 민감하고, 덜 걱정하고, 덜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그런 나에게 한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오른다.

“네가 생각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그래서 더 깊고 따뜻한 사람이 된 거야.”


그래, 아마도 이 많은 생각들이 나를 만들어가는 걸지도 모른다. 다만, 모든 생각을 꼭 품고 갈 필요는 없다. 어떤 걱정은 그냥 흘려보내도 괜찮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만 마음을 쓰고, 나머지는 잠시 내려두는 연습을 해야겠다.


오늘 밤도 나는 나에게 말한다.

“괜찮아,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그렇게 나의 생각은 조금씩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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