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처럼, 가장 쉬운 김치
올여름, 처음으로 열무물김치를 담갔다.
김치 중에서 가장 쉬운 게 열무김치라고,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물만 잘 맞추면 된다. 짠맛은 익으면서 잡혀."
엄마의 그 말이 갑자기 떠오른 건, 마트에서 열무 한 단과 얼갈이배추 한 단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햇살에 싱그러움이 물든 초록빛 채소를 보니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다.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들떴다.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며, 이번엔 내가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집에 오자마자 열무와 얼갈이를 손질했다.
굵은소금을 뿌려 한 시간쯤 절였다.
그동안 양념을 준비했다.
엄마가 챙겨주신 옥수수가루로 풀을 만들고,
양파 큰 것 하나, 토마토 두 개, 생강과 마늘은 조금만,
젓갈도 약간 넣고, 굵은소금 두 스푼, 그리고 고춧가루.
사실 붉은 고추가 있었다면 함께 갈았을 텐데
없어서 고춧가루만으로 대신했다.
믹서기로 양념을 곱게 갈아 풀과 섞고,
절여진 채소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그리고 찬물을 자작하게 부어 간을 봤다.
음… 약간 짠가?
엄마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물김치는 익으면서 간이 맞아. 처음엔 살짝 짠 듯해야 돼."
그 말을 믿고, 하루 동안 상온에 두었다가
다음날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익히기 시작했다.
이틀 후, 점심시간.
시원하게 익은 열무김치 국물이 나를 부른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구고,
열무와 국물을 듬뿍 올려 열무국수를 만들었다.
첫입을 먹는 순간,
'와, 이 맛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아삭한 열무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여름의 맛.
식구들도 연신 맛있다고 한다.
특히 아이가 김치 국물까지 마시는 걸 보니
처음 만들어본 열무김치,
이 정도면 성공이다.
요리는 어려울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들어낸 그 맛이
참 소중하고도 따뜻했다.
이제 열무김치는 나만의 여름 전통이 될 것 같다.
여름이면 꼭 담가야 할,
우리 가족의 여름 김치 레시피로 자리 잡았다.
엄마의 말을 믿고,
처음이지만 용기 내 도전한 나에게
작은 칭찬을 보낸다.
엄마의 손맛을 조금씩 따라가는 이 길,
이제는 내가 이어가는 맛의 기록이다.
재료: 열무 1단, 얼갈이 1단
절임: 굵은소금에 1시간
양념: 옥수수가루 풀 , 양파 1개, 토마토 2개, 생강·마늘 조금, 젓갈 약간 , 굵은소금 2숟갈, 고춧가루
팁: 간은 살짝 짜도 괜찮음 (익으면서 중화됨)
활용: 열무국수, 열무비빔밥 등 다양하게 응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