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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Jan 06. 2021

플라스틱의 유혹

저는 5년 차 주부입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시키면 쓸데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요. 사실 그 이유 말고도 요리를 좋아해서, 사 먹는 것보다 해 먹는 걸 좋아합니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주방 근처에는 물 마시러 가는 것 말고는 들어갈 일이 없던 제가 이렇게 변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만의 살림이 생기니, 스스로 만들어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더라고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요리 말고도 베이킹에도 관심이 부쩍 늘어 유튜브를 보며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있답니다. 


그런데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플라스틱의 아주 강렬한 유혹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유혹보다 강렬합니다. 가끔 유혹에도 넘어가지만, 최대한 저항하고 있는 저의 노력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1. 비닐장갑 대신 도구를 써요.

나물을 무치거나,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땐 젓가락을 써봐요. 어머님들은 맨손으로 잘하시지만... 전 아직 짬(?)이 안되나 봅니다. 손에 음식 냄새가 배는 건 싫고,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장갑은 쓰기 싫더라고요. 밀가루 반죽은 맨손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조심조심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버무립니다. 그러면 위생에도 좋고, 재료도 덜 상하게 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2. 플라스틱 도구 사지 말고 집에 있는 대체제를 사용해요.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베이킹 도구를 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납니다. 기본적인 도구들은 엄마가 젊었을 적 쓰시던 걸 물려받았는데요. 받은 도구들 외로 짐 늘리는 것이 싫어서, 다른 주방 용품으로 대체해서 사용 중입니다. 특히 사고 싶은 도구는 스크래퍼와 계란 노른자 분리기, 실리콘 붓인데요 ㅎㅎ 

스크래퍼는 가루 재료와 버터를 섞을 때 도움이 되는 도구입니다. 스테인리스 제품도 있지만, 베이킹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니 일단 다른 도구를 찾아봤습니다. 바로 스테인리스 부침 뒤집게입니다. 버터를 녹이지 않고 최대한 잘라 섞을 때 유용합니다. 뒤집게의 모서리로 쿡쿡 잘라주며 섞어주니 정말 잘 섞이더라고요. 실리콘 재질은 약해서 버터를 자르지 못하는데, 스테인리스 재질은 강해서 스크래퍼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출처 : www.pexels.com


3. 비닐 대신 반찬통을 활용해요. 하지만... 가장 못 지키게 돼요.

빵을 만들면 발효를 시켜야 할 때 가장 플라스틱의 유혹을 참기 힘듭니다. 비닐이나 랩으로 감싸 냉장고에 넣으면 편하니까요. 가뜩이나 설거지가 많이 나오는데 한 번 쓰고 버리는 방식이 제일 쉬우니 이 유혹이 가장 넘기 힘듭니다. 고기를 재울 때도 양념을 버무린 그릇에 랩만 씌어서 냉장고에 재워두면 이 또한 편하니까요. 뚜껑이 있는 반찬통을 활용하는 게 맞지만 가장 지키지 못합니다. 설거지 거리를 줄이고 싶은 마음과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마음의 충돌합니다.




요리를 좋아하고, 티비를 좋아해서 요리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한동안 유행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를 좋아했어요. 근데 셰프들이 위생장갑 쓰는 모습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연예인들의 생활 관찰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부터 일반 사람들에게 까지 이런 생활습관이 번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 따라 하지 말고, 불편한 시선으로 한번 생각한 후 행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신중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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