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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Nov 16. 2020

살림 예찬

살림을 하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1년 간 살림을 하는데만 오로지 집중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함께 하면서 곳곳에 나의 취향과 동선을 제대로 녹일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의 살림은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하는 일일 학습지 같은 존재였다.

숙제 같았고, 귀찮았다.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에 굳이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살림을 사랑하게 되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되니,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또한 살림과 '플라스틱 다이어트'가 연결고리가 되었다 라는 사실도.

물론 우리 집은 아니다. 나도 언젠간 이런 깔끔한 주방을... (출처 :  https://stylebyemilyhenderson.com/blog/2020-kitchen-trends


살림 초기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렇게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데 먼지가 이렇게 많다고?'

'와... 머리카락... 탈모 안오는 게 신기하다.'


어떤 행위에 집중을 하다가, 그 행위가 익숙해지니 '살림용품'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플라스틱을 많이 쓰고 있구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은 없을까. 그러면서 정수기 설치,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비누, 천연 수세미 사용, 병에 담긴 오일 구매, 커피가루는 화분 거름으로 주기, 캡슐커피 사지 않기, 비닐 대신 종이봉투 사용, 랩 대신 재사용 가능 뚜껑 쓰기...


조금 더 나아가서... 

환경에 관련된 브런치 글 쓰기,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태초의 재료로 돌려보내기), 서울 환경 연합의 참새로 활동하기


돌아보니, 생활습관을 참 많이도 바꾸었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1년 전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것을 찾아 밖으로만 떠도는 사람이었다. 


일 년에 2~3번 이상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 불안했고, 다시 한국에 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또 언제 나가지 다음 비행기표를 찾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 스스로도 답답해서, 나에게 계속 되물었다. 

'왜 여기가 싫은지, 왜 만족하지 못하고 도망치려 하는지?'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가는 상황이지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1년 전처럼 밖으로 나가려고 목매달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현재에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있는 자리를, 집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나아지게 만들다 보니 '여기'가 좋아졌다. 

그러니깐... 살림을 제대로 하기 전과 후로 나의 삶이 많이 바뀐 것이다. 

나에게 살림이란, 잘 살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삶의 기반이 되어 주는 '명상' 같은 수련 방법이다. 지금 여기, 이 자리로 잘 돌아가고 싶도록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컨셉진 83호 [당신은 살림을 잘하고 있나요?]


잘 살고 싶어서 내 주변을 정돈했고, 제철 음식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요리를 하다 보니, 매일 버리는 쓰레기에 고민이 많아졌다. 어떻게 해야 덜 버릴 수 있을까, 최대한 자연에 해가 가지 않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러다 보니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분리수거도 최대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며 하고 있고, 슬기롭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의도치 않게 플라스틱을 한 바구니 사오게 된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보면 좋은데, 멀다 보니, 마트에 간다. 아직 마음이 부족하다. 




혹시 자꾸 먼 곳만 바라보고 있다면, 진지하게 제안하고 싶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책상 혹은 침실 정리를 먼저 시도해보길. 미미하지만, 바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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