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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Sep 14. 2022

<책리뷰>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2)

중고 문화가 패스트 패션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책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패스트패션 회사에 다니다가 중고가게를 시작한 사람들 여럿 소개했다. 현직에 있던 사람들이 환멸을 느낄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옷들이 많은 것이다.

빠르게 찍어내고 무심히 버리기를 반복하는 현대 패션 산업의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고,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인류와 환경과 미래에 대한 고찰은 멜리사 앞에만 떨어진 숙제인 것만 같았다. (p.282)

1. 값싼 패스트 패션, 그 나비효과

21년 7월에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패스트 패션의 옷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방글라데시의 값싼 노동력뿐만 아니라, 하수처리 시설을 짓지 않아도 되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대표적인 의류 생산 지역 '케라니간지'의 운하 모습이다. 물이 흘러야 하는 운하에는 물 대신, 옷을 생산하다 남은 자투리 천들과 쓰레기가 가득 차있다.

자투리 천이 가득 찬 운하 모습

이 운하와 맞닿아 있는 부리강가강에는 검은 물감을 탄 듯 염색 약품들이 그대로 흘러들어 오고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들도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에 불편해진다. 나는 마음만 불편하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 강엔 더 이상 생명체가 살지 않는다.
염색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가 그대로 흘러나온다.

이렇게 값싸게 만들어진 옷들은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건드려 필요하지 않은 옷들을 구매하게 만든다. 그리곤 질이 썩 좋지 않아 한철만 입고 버리고 또다시 구매하게 만든다.

옷을 버릴 땐 종량제 봉투보다는 헌 옷 수거함에 넣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죄책감이 덜하다. 모든 옷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이 된다고 믿고 그 옷들이 그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 사람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고 행사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중고 문화의 어두운 단면을 지적했다.

결국 새 물건은 그대로 혹은 더 많이 구입하고 그중 많은 양의 물건이 중고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중고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다. (p. 318)

중고 행사의 물품 중 대다수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고, 판매자들은 주로 이 옷들을 처분하기 위해 들고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흔한 디자인이 아닌, 희소성이 높은 옷을 구매하려고 나온 구매자들의 니즈에 맞지 않기 때문에 행사의 색깔을 흐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원순환의 고리는 어느 순간 끊어질 수 있다.


2. 마리메꼬와 중고가게의 아름다운 협업

마리메꼬는 패션 브랜드 중 남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마리메꼬는 핀란드의 국민 패션 &리빙 브랜드 회사이다. 1951년 여성복 회사로 출발하여 전통적인 여성상이 아닌, 활동성을 강조한 옷을 소개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리네꼬의 요까뽀이까 셔츠 (출처: https://pin.it/2oIEqAn)


2016년 마리메꼬와 의류 중고가게 베스티스가 협업하여 마리메꼬의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인 의류 회사에서 자신의 중고 제품을 파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대중적인 브랜드인 만큼 누구나 옷장에 하나씩 마리메꼬 옷이 있고, 여러 옷장에 흩어졌던 옷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휘한 듯하다. 다행히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2017년, 2018년에도 일주일 동안 마리메꼬 직영점에서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행사가 열린다면,
어떤 브랜드가 한국의 마리메꼬가 될 수 있을까?

3. 핀란드인들은 완벽하지 않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이유는 핀란드인들을 완벽하게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도 이점을 가장 조심하려고 했다.

이 책을 쓰고자 마음먹으며 가장 피하고자 했던 것은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을 완벽한 나라로 묘사하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이 나라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이 많아서 혹은 검소한 민족이라서 중고 문화가 발달한 것이라고 미화하며 중고 문화 발달의 이유를 성급히 결론짓고 싶지 않았다. (p. 310)

저자가 말했듯 핀란드에는 처음부터 중고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핀란드인들이 중고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의 경제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중고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지금과 같이 깔끔한 형태의 중고 가게가 자리잡기까지 많은 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즉, 북유럽 사람들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중고 가게가 많은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좀 더 건강한 중고 문화가 자리 잡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쉽게 소비한 물품을 이윤을 남기고 배출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근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부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배출하고 싶은 마음과 다른 사람도 이 물건을 잘 썼으면 하는 마음은 매우 다르다. 배출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내가 입고 싶지 않거나 못 입는 옷을 내놓는다. 내가 못 입으면 남들도 못 입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이야기는 의류 수거 업체들도 하는 말이다. 동생이 조카가 입던 옷이나 장난감을 아이가 있는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 더욱 와닿는다. 딱 그 시기가 지나면 입지도 쓰지도 못하기 때문에 애초에 굉장히 곱게 관리한다. 그리곤 그중에서도 가장 새거 같은 물품을 선별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행태가 이상적인 중고 문화 형태가 아닐까 싶다.


이전에 썼던 패스트 패션에 대한 글도 읽어 보세요~

https://brunch.co.kr/@england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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