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o on a tri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운 Dec 04. 2016

꿀당고 먹으며 교토 기온 거리를 걸어볼까?

시간이 멈춘 듯한 기온 거리의 야사카 신사와 마루야마 공원

교토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기온 거리다. 낮은 건물이 연달아 어이지는 이 거리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오르게 한다. 

야사카 신사 입구. 저녁 시간에는 밀려든 관광객으로 이 입구가 매우 혼잡하게 변한다.


이 주변은 버스 정류장 사이의 간격도 짧고 도로의 폭도 좁은 편이다. 게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쇼핑센터나 지하철역 부근처럼 모던한 곳에서는 절대 떠올릴 수 없는 오래된 도시의 아련한 향수를 전한다.

오래된 낮은 건물들이 연달아 이어지며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기온 거리


기온 거리에서 발견한 최고의 간식은 꿀당고. 찹쌀 경단을 꼬치에 무심한 듯 끼워 꿀을 듬뿍 발라놓은 꿀당고 가게가 몇 집 건너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통에 순식간에 추억이 퐁퐁 솟아나는 과거로 돌아가버린다. 언제적에 먹어봤던 간식이던가! 흔히 볼 수 있는 스낵이나 쿠키, 과자 봉지의 현란한 포장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길거리에는 우리나라만큼 카페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눈에 는 카페에서도 커피보다는 주로 녹차, 말차 등의 전통 음료 메뉴를 더 강조해두었다. 꿀당고, 녹차, 전통과자, 찹쌀떡... 주변 거리의 모든 것이 내가 대체 몇 년도에 머물고 있는지 잊게 만드는 거다.

상점 마저도 이 거리에 어울리는 독특함이 있다. 맛있는 꿀당고는 먹다가 사진 찍는 걸 잊었을 정도로 쫄깃하고 달콤한 식감


꿀당고를 먹으며 힘차게 걸어간 곳은 매우 눈에 띄는 신사였다. 사실 눈에 띄어서 들어갔지 계획적으로 방문한 곳은 아니었는데, 알고보니 이 야사카 신사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교토 현지인들에게도 매우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신사에 오르는 입구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지도를 들고 있거나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로 매우 북적였다.

야사카 신사는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매우 북적이는 곳이다.


신사 안은 종교 냄새가 물씬 풍기기보다는 오다가다 가볍게 들러 화복을 빌고 갈 수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컸다. 처마에 매달린 긴 줄을 흔들어 종을 울릴 수 있는가 하면, 깨알같이 소원을 적은 작은 나무판 등을 걸어둔 것도 볼 수 있었다.

신사에서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거나 줄을 흔들어 종을 울리는 사람들


야사카 신사를 지나 계속 걸어가면 잘 꾸며진 마루야마 공원이 이어진다. 해질녘 즈음에 방문했는데, 공원의 풍경은 매우 신선하다. 기모노를 입고 주변을 거닐고 사진을 찍는 여성들이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마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이나 임금님 옷, 사또 옷을 빌려 입고 거리를 걷는 것처럼 기모노 차림으로 신사를 구경하고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라 남성용 기모노는 안 예뻐서 안 입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직접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기온 거리에는 전통의상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우리 한복처럼 기모노도 색이랑 디자인이 다양하다. 젊은 여성분들이 입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루야마 공원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많고, 다리가 연결된 연못 주변도 매우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볼거리도 많다. 특히 탁 트인 공간에 예쁜 풍경을 담고 있어서 어디에서 포즈를 취해도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다.

잘 꾸며진 마루야마 공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즐긴다.


기온 거리에는 교토 시내 사방으로 운행되는 버스가 다니고 버스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탑승 정류장이 모두 다르다. 이동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잘 확인할 것.
일본에서는 음식점도 그렇지만, 버스 정류장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줄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처럼 수다에 빠져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있으면 근처에 줄 안 선 사람은 "나만" 남게 되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처럼 퇴근 시간에 버스 정류장과 버스 자체는 매우 붐비므로 버스가 왔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으려면 줄을 잘 선다.

마루야마 공원의 해질녘. 탁 트인 공원 주변에서는 어디를 보며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가지 팁은, 교토 지역의 무료 와이파이가 서비스된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버스 정류장에 와이파이 표시가 붙어 있고, 잡아 쓰는 방법도 그닥 어렵지 않으므로 여행 중 매우 유용하다. 다만 탑승 직후에는 LTE급 속도로 연결이 끊어지니 참고하자.


* 포스팅 댓글을 통해 방문자분께서 알려주신 한 가지 팁을 더 소개한다. 여름방학 기간에 교토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어른 한 명당 12세 이하의 어린이 두 명까지 버스 요금이 무료라고 한다. 일본의 버스는 뒷문으로 올라타 앞문으로 내리는 구조이므로, 내릴 때 기사님께 "Eco summer"라고 말하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