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회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결론부터 말하겠다.
영어회화는 대충하는 사람이 잘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꼼꼼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농후하다.
2가지 이유가 있다. 그전에 2가지 다른 영어회화 학습 유형을 살펴보자.
정답을 속아내야 하는 수능 영어의 영향 때문인가? 영어회화에 있어서 만큼은 대부분 완벽주의자로 둔갑한다. 완벽주의자의 학습 성향은 아래와 같다.
- 100% 이해하고 넘어가야 함
-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찝찝하고 불안함
- will과 would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함
- 전치사 in, at, for 등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싶어 함
- 리스닝이 안 들리는 부분은 들릴 때까지 반복 재생함
대충쟁이는 그 반대다.
- 70% 정도 이해되면 그냥 넘어감
- 모르는 게 나오더라도 전반 내용을 이해하면 쿨하게 받아들임
- will과 would의 차이가 뭔지 잘 모름. 그래도 그냥 넘어감.
- in, at, for 차이 모름. 귀찮음. 그냥 넘어감.
- 2~3번 듣고 안 들리면 그냥 넘어감.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는 수능이나 토익의 경우 전자가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전 영어, 즉 의사소통을 위한 현실 영어 학습에 있어서 완벽주의는 오히려 독이다. 되려, 게으르고 대충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지금부터 왜 그런지 2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영어회화 학습의 가장 큰 적? 아마 작심삼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작심삼일은 본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학습 전략, 학습 성향이 원인이다.
완벽주의자들은 영어공부 하면서 스스로를 옭아맨다. 아무리 재밌는 미드, 브이로그, 여행 유튜브를 주더라도 스스로 영어 공부를 일종의 인내심 테스트로 바꾼다.
모든 문장 하나하나를 문법적으로 따지고 든다. 조금이라도 안 들리는 부분은 10번씩 되돌려 듣는다. 따라 말해 보기도 하는데, 이것도 완전히 똑같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문장을 10번 20번 따라 한다. 잘 안되면? 바로 스트레스다.
그러나 대충쟁이들은 비교적 이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아예 안 받을 순 없다) 모르는 영어가 나온다? 전체 내용에 지장이 안된다면 그냥 쓱 넘어간다. 2~3번 따라 말해보고 그냥 넘어간다. 애초에 처음부터 100% 따라 말하려는 욕심도 없다.
1주일만 놓고 보자면 완벽주의자가 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영어회화는 1년 단위의 장기 플랜이다. 길게 보면 대충쟁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거다. 애초에 완벽주의자들은 1년은커녕 1개월도 버티기 힘들다. 그렇게 빡세게, 엄격히 접근하면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설령, 완벽주의자들이 초인의 의지로 1년을 버틴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대충쟁이들이 영어를 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왜 그럴까? 바로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영어 리스닝을 잘하라면? 영어를 많이 들어봐야 한다. 그런데 완벽주의자들은 이 당연한 원칙을 스스로 거슬러버린다.
완벽주의자 A와 대충쟁이 B가 똑같이 매일 60분씩 아래 미드로 공부한다고 쳐보자.
B는 대충 빨리 봐서 1화를 다 봤다고 치자. A는? 1화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본다. 한 장면을 붙들고 있으니 진도를 빼지 못한다.
그 결과 완벽주의자 A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손해를 보게 된다.
B는 여러 장면을 보면서 unpredencented, be lucky to get, be supposed to 등 여러 가지 영어를 접한다. 반면 A는 나가는 진도량 자체가 적어서 unpredencented정도 하나만 배우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B는 여러 영어를 접하면서 영어에 대한 친밀도가 올라가지만, A는 항상 낯설다.
완벽주의에 함정이 있다. 아무리 100% 200% 완벽하게 반복하고 외우더라도 결국 까먹는 다라는 사실이다. 대충쟁이들은? 더 잘 까먹을 것이다. 그러나 대충쟁이들은 진도를 쭉~ 쭉~ 빼면서 계속해서 비슷한 계속해서 영어를 마주한다.
예컨대, 아래 장면에서 supposed to를 마주했다?
진도를 쭉쭉 빼다 보면 금방 금방 또 supposed to를 마주한다.
중요한 영어는 계속 등장한다. (심지어 위 예시는 한 에피소드에만 찾았다. 다른 에피소드, 다른 미드까지 확장하면 수도 없이 반복 등장 할 거다)
대충하면 빠르게 진도를 빼고, 진도를 빼다 보면 비슷한 영어를 계속 마주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복습을 하고, 그래서 까먹지 않고 체화시킬 수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비슷한 영어를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전에 배운 영어를 까먹는다. 왜? 진도가 너무 느려서 그 텀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의 역설이다.
리스닝이 안 들리는 이유? will, would의 차이, 정확한 전치사의 쓰임을 몰라서가 결코 아니다. will, would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줄 알아도, 막상 would가 등장하면 소리조차 캐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일 거라 본다.
영어 리스닝은 결국 "친숙한 패턴"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이다. 다시, 위 예로 돌아가서, 머릿속에 supposed to가 박혀 있으면 설령 화자가 얼머부리거나 광속으로 be supposed를 발음해도 캐치할 수 있다.
그리고 친숙한 패턴은 1, 2에서 말한 다양한 영어 노출과 반복 노출을 통해 형성된다. 이 2가지가 모두 결여된 완벽주의자 A는 영어가 그냥 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수능 독해 하듯이 영어 대사를 뜯어보면 이해하겠지만, 실제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는 따라가지 못한다. (이 얼마나 쓸데없는 영어지식인가)
외국어는 연역이 아니라 귀납이다. 즉, 하나의 일반적 설명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다수의 예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게 유리하다.
다시 be supposed to의 예시로 돌아가보자. B와 같이 대충 보다 보면 수없이 be supposed to를 마주할 것이다. 다른 자료, 다른 문맥, 다른 화자, 다른 어조 속에서 경험할 것이다. 이렇게 DATA가 쌓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더라도 be supposed to의 의미와 쓰임새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A는 be suppsoed가 나오는 첫 타에 바로 100% 이해 스위치를 켜고 아래와 같이 찾아서 연역적으로 공부하려 들 것이다. 또 한 걸음 나아가 supposed to와 비슷한 haveto, ought to의 미묘한 차이도 공부하려 든다.
그러나 이런 설명 하나로 절대 supposed to를 완벽히 이해하긴 쉽지 않다. 일반적인 설명일 뿐, 언제라도 다른 문맥, 다른 상황에 따라 위 설명에 딱 맞지 않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will, would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이걸 설명으로 뜯어서 하나하나 이해하기보다는 대충만 알고, 그 시간에 여러 will, would가 포함된 영어에 노출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실생활 영어에서는 대~충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 그 누구도 대화 도중에 will과 would의 차이를 설명하시오...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B는 위 미드를 쭉~ 막힘없이 본다. 그러나 완벽주의 A는 조금이라도 모르는 게 나오면? 위에 처럼 검색해서 찾아본다. 다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다른 설명도 본다.
좀 더 나아가면, 미드를 멈추고 유튜브에서 supposed to 혹은 would 설명에 대해 "한국어로" 설명하는 "한국" 유튜브 영상을 본다.
가장 중요한 '영어 순수 노출량'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B가 "영어로" 쭉쭉 계속 듣고 있을 때, A는 "한국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완벽주의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온다. 오늘 당장 100% 이해하려 하고 학습 효과를 보려 한다.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런데 하루가 아니라 1달 1년 단위로 길게 생각하면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지금 당장 잘 못 따라 해도 괜찮다. 내일 또 할 거고, 내일 모래, 다음날에도 또 연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would 이해가 안돼도 괜찮다. 어차피 뒤에 질리도록 나올 것이기 때문에 그때 또 보면 된다.
하루아침에 완벽주의를 버리긴 어렵다. 찝찝해도 견뎌내고 쿨하게 넘어가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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