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성비가 중요한 사람이다.
일단 넉넉하지 않은 형편속에 자라난 탓이 제일 클 것이다. 십수년을 스스로 벌어먹으며 오랜 공부도 마쳐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습관도 한 몫 했을것이고. 아니면 하기 싫은 알바나 직장생활을 꾸역꾸역 하며 벌어둔 내 피같은 돈을 허투루 쓰기는 너무 억울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최소 투자로 최고 효과를 누리는게 중요한 ‘가성비 매니아’다.
현실에서 가성비에 맞는 삶을 꾸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내가 지불하는 가격과, 그 댓가로 얻는 효과를 비교하면 금방 결론이 나니까.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최저가격 정렬과 인기상품 정렬을 한 상품 목록을 오모조모 비교해보고, 사람들의 별점 리뷰도 읽어보면 된다. ‘가성비 좋아요’에 이어 ‘혜자로워요!’ 라는말까지 나오면 믿고 사는 가성비 상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쇼핑의 최종 목표, ‘행복’.. 내 행복의 가성비는?
그런데 단 하나, 가성비 기준을 적용하기가 애매한 쇼핑목록이 있다. 바로 인생의 모든 쇼핑이 향하는 최종 목표물, 행복이다. 행복을 직접 포장해서 파는 가게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가져다 줄 무언가를 얻기 위해 소중한 돈과 시간을 기꺼이 지불한다.
그런데 우린 정말 가성비에 맞는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라고 생각하며 사들였던 물건들, 몸에 걸친 옷과 장신구들, 각종 만남과 여행에 들인 시간과 비용…
물건 하나 살때는 그렇게 가성비를 따지면서, 과연 행복의 가성비는 잘 맞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내가 기꺼이 들인 시간과 비용만큼 나는 행복해지고 있나? 반대로, 지금보다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더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는 말에 ‘그럼 네 돈이 모자란게 아닌지 살펴봐’ 라고 응수하는 우스개소리가 뼈에 와닿는 자본주의 시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정말 돈이 모자라서 행복하지 못한걸까?
적게 쓰고도 더 비용 효율적으로 가볍고 손쉽게 행복해지는, 가성비 넘치는 ‘혜자로운’ 행복은 어디 없을까?
인스타그램 속 마냥 행복해 보이는 남들의 일상은 모르겠고 일단 내 일상에서부터, 가성비 매니아답게 행복의 가성비를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