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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토 May 12. 2024

내가 주인이 되어 참여하는 마을잔치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4.

2007년 6월 4일(월)


"나무 나무 나무 나무 /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싹 싹 / 나무싹 싹싹 나무 싹

야~ 야 야야야야 / 나무싹 싹싹 나무 싹"


아주 간단하고 재미있는 노래를 배웠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무에 싹이 어서 나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 같다. 첫 나무는 약간 억양을 높이고 다음에는 조금 낮추어 ‘나무'를 네 번씩 반복한다. ‘나무나무나무나무, 나무나무나무나무, 나무나무 싹싹, 나무싸악, 싹싹, 나무싹!' 이 대목을 두 번씩 다시 반복하고 옆집 ‘개똥이'를 부르듯이 ‘야~ 야 야야야야, 나무싸악, 싹싹, 나무싹!'을 또 두 번 부르고 끝낸다. 빙 둘러앉은 반디들의 웃음소리가 튀어나온다.


                                       고갑준 선생과 둥그렇게 둘러앉은 반디들.



전래 · 전통놀이를 연구하는 ‘아자학교' 고갑준(사회복지사·놀이연구가) 선생의 진행으로 놀이문화 강의와 활동이 있었다. 학교와 가정 · 도서관에서 짬짬이 해볼 수 있는 놀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응용해서 확대해볼 수 있는 ‘우리놀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방자치 10년 동안 전국에는 2천여 개의 축제(잔치)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잔치는 10%도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주체가 될 수 없는 잔치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전통놀이'라고 하면 옛날 그대로의 놀이를 기대한다. 이미 머릿속에 새겨진 놀이가 현실로 고스란히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통놀이를 완화시킨 ‘민속놀이' 혹은 ‘전래놀이'가 있다. 옛날에는 시 · 공간 개념 없이 놀이를 일처럼, 일을 놀이처럼 놀았다. 요즘은 보여주기 식의 겉치레가 심한 이벤트와 서양식이 많지만,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우리잔치로 해볼 수 있는 놀이도 얼마든지 많다. 지역축제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자원봉사 100%를 활용한다면 굳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외부인력도 거의 쓰지 않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누룽지축제'는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놀이 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이 직접 쌀을 씻어 안치는 일에서부터 불을 때고 밥이 익는 것을 지켜보면서 느긋하게 밥 짓는 시간을 즐겨보는 놀이다. 밥을 다 푸고 다시 뜸을 들여 구수하고 바삭한 누룽지가 되면 그 맛은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과 향기가 된다. 누룽지와 비슷한 놀이로 ‘두부축제'도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서로 도와가면서 해볼 수 있는 일을 중점으로 응용하는 놀이다.



고갑준 선생은 이런 놀이를 마을잔치로 열면서 처음 시작할 때는 무척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잔치를 강조하고 입소문이 나면서 다섯 번 정도를 하고 나니 사람들이 점점 알게 되었다. 마을잔치가 열리는 동안 화합을 이루고 사람들을 서로 묶는 역할을 하는 놀이가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모 텔레비전 방송에서 수박축제가 벌어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박씨 멀리 보내기, 수박 빨리 먹기까지는 좋았는데 수박을 정해진 시간에 누가 많이 깨뜨리는지의 놀이가 있었다. 구둣발로 수박을 마구 밟으며 수박의 빨간 속살이 으깨지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음식을 저렇게 해도 되는 건지 보는 마음이 불편했다.



지역의 향토성을 살려서 하는 놀이에서 감이 많이 나는 동네 같으면 ‘감을 3분 안에 길게 깎기'를 할 수 있다. 상품도 지역에서 많이 나는 농산물로 주는 잔치, 작은마을 잔치는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마을형편에 맞는 놀이를 통해서, 같이 만들고 즐기는 소중한 공동체의 사랑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에는 "짱나, 즐, 싫어, 죽겠어, 앗싸..." 따위가 있다. 우리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들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시간이 끝나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가만히 뭔가를 기다리지 못한다. 텔레비전 광고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하는 것처럼. 그럴 때 이런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팔짱을 끼고 일어나보기, 쉽지 않아요.

                               일어났습니다. 한쪽은 다시 시도해보고 있어요.



‘나무싹' 노래를 전체가 불러보고 둘로 나누어 돌림노래로 부른다. 다시 둘을 네 모둠으로 나누고 ‘나무나무나무나무' 까지 부르면 그 다음 모둠이 따라 부르는 것이다. 노래는 천천히, 보통빠르기로, 또 재빨리 부를 수도 있다.


                                            함께 모은 발, 움직이지 말고 일어나보기.


                            잘해보자고 했는데, 일어나려다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반디들.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어 같이 동시에 일어나는 놀이는 즐겁다. 게다가 둘 이상 셋, 넷, 다섯, 여섯씩 서로 등을 맞대고 팔짱을 끼고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놀이로 늘려갈 수 있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금방 일어날 것만 같은데 등을 맞대고 일어나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우리 사는 모습이 이와 같다. 내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쉬운 것 같지만 실제는 어려운 것이다. 이 놀이는 힘을 나누고 균형을 맞추면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일어나려고 할 때는 더 어렵다. 함께 놀이하는 이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힘을 나눠야 한다. 그래서 집단놀이는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배우게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어린이도서관 주민욕구조사 발표

모둠별로 주민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발표하는 시간이다. 마을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 미취학아동을 둔 엄마들과 초등학생들 둔 엄마들,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 어린이도서관에 대해서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거의 없고 후원 문제등 궁금해 하는 문제를 되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 한사람과 3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어린이도서관을 알리는 안내(홍보)지가 필요하다.


- 주민들 중에는 어린이도서관 관심도와 참여의지가 강한 사람도 있다.


-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같은 또래가 훨씬 수월하다.


- 설문지 없이 사람들을 가볍게 만나 ‘분위기'만 띄웠다.


- ‘싫어요' ‘관심없어요' 라는 반응을 만날 때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마을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주민욕구조사를 발표하고 알짬어린이도서관의 강영희 관장의 말을 들었다. 도서관을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서 서로 공유하고 도서관이름도 지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도서관은 주민이 하고자 하면 개설된다. 하지만 특정한 아이들의 학력증진을 위해 필요한 곳이 아니다. 주민을 만나면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을 내가 설명해야 한다.



어린이도서관은 ‘이렇다' 라고 딱 정해진 것은 없다. 경기도는 활성화되었지만, 서울지역은 어린이도서관이 거의 없다(집값이 너무 비싸서). 도서관만들기는 쉽고 어렵고 늦고 빠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엄마들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속도가 조절되어야 한다. 도서관 자체는 공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알짬'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자체가 모여서 이뤄진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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