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사실 책 장사는 제목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쉽게 읽히고 빨리 각인될 만한 제목만 찾는 현상이 심화되고, 그래서 이런 배신 어쩌고 하는 책들이 무더기로 생산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음... 할많하않...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취향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책 제목에 외국어 및 외래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이국종 지음 <골든아워> 최인철 지음 <굿라이프> 김위찬 지음 <블루오션 시프트> 미셸 오바마 지음 <비커밍> 조조 모예스 지음 <미 비포 유>
다 좋은 책들인데 제목을 굳이 저렇게 영어로 달았어야 했나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제목들은
한강 지음 <채식주의자> 소노 아야코 지음 <약간의 거리를 둔다> 주진형 지음 <경제 알아야 바꾼다> 김민태 지음 <일생의 일> 천경호 지음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마이클 샌델 지음 <정의란 무엇인가>
등이다.
만약 강원국 지음 <대통령의 글쓰기>가 프레지던츠 롸이팅 어쩌고 저쩌고 했으면 안 샀을 것이다...^^
문재인 지음 <문재인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즈 데스티니, 혹은 더 페이트 오브 문재인 했으면 거들떠도 안 봤겠지...
오랜만에 또 맘에 드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김종록 지음 <질라래비 훨훨>
질라래비 훨훨이란 한국육아전통문화 단동10훈 가운데 하나로서 쥐암쥐암, 도리도리, 짝짝꿍짝짝꿍 등과 같이 아이의 양팔을 벌려 잡고 새처럼 춤을 추며 질라래비 훨훨~ 질라래비 훨훨~ 축원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수는 노래 제목대로 되고 배우는 영화 제목대로 된다는데
가수 패티김이 <이별> 부르고 나서 진짜로 남편 길옥윤과 이혼한 것을 생각해 보라.
반면에 노사연은 <만남>을 부르고 나서 이무송을 만나 결혼했다.
권혜경은 <산장의 여인>을 부른 후 위암에 걸려 공기 좋은 산장에 들어가 요양생활을 하면서 진짜로 산장의 여인이 됐고
김상희는 <멀리 있어도>를 부른 후 갑자기 남편이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돼서 진짜로 몇 년간 멀리 떨어져 있게 됐다.
조미미는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른 후 진짜로 바다 건너 재일교포와 결혼하게 됐고
송춘희는 <수덕사의 여승>을 부른 후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했다.
윤심덕은 <사의 찬미>를 부르고 나서 배에서 뛰어내려 사망했고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나서 서른 즈음에 사망했다.
<독도는 우리 땅>으로 유명한 가수 정광태는 실제로 독도 명예 군수가 됐고
송대관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로 무명생활을 끝내고 스타가수가 되었다.
최진실은 결혼 후 한동안 연기활동을 안 하다가 <장밋및 인생>으로 화려하게 컴백했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란 드라마 제목처럼 그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찍고 나서 자살로 생을 마쳤다.
미국 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상류사회>를 찍고 나서 진짜로 유럽 왕실의 왕비가 됐고
영국 배우 안소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을 찍고 나서 최소한의 대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도 왠지 책장 속 책들 제목처럼 될 것 같아서 <질라래비 훨훨>을 맨 앞에 꽂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