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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백 있는 삶 Feb 18. 2024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몽티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우리 마음 상태도 변한다."

대학 시절 사람 때문에 참 당황했던 적이 있다. 다른 학과 아는 친구가 난데 없이 내 몸을 붙잡고, '너 나한테 기싸움 거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이다. 심지어 맥락 없이 그 하루 처음 만나자마자 한 말이었다.


1학년 때 과 동기와 같이 들어간 동아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뭐, 정말 나의 바운더리에 들어온 건 아니고, 어느정도 일면식이 있고 술 한 잔 정도는 가능한 친구였다. 대학 4년을 스트레이트로 다녔기에, 내가 4학년이었을 때 그 친구는 복학해서 학교에 돌아온지 얼마 안 됐었다.


학교 안이나 후문에서 돌아다니다가, 몇번 그 친구를 만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근하게 인사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사건이 발생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손 씻으러 화장실을 들어갔다. 그 친구가 있었다. 나는 여느때처럼 "오 안녕. 요즘 자주 만나네?"라고 인사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안녕" 짤막하게 답하더니,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나한테 기싸움 거니?"


...??????


나는 참 당황했다. 얘가 뭔 소리를 하나 싶었다. 지금 나는 너 말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되고, 무슨 맥락에서 그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이거였다. 지난 번, 학교 후문에서 만났을 때 내가 인사하면서 어깨를 손바닥으로 톡톡 쳤다고 한다. 그게 본인은 기싸움을 거는 걸로 받아들였단다.


주먹으로 친 것도 아니고, 손바닥으로 어깨를 톡톡 치는 행동... 솔직히 이 행동을 어떻게 기싸움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사과했다. 나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너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하는 모임도 없는데, 내가 너랑 기싸움을 해서 뭘 얻겠냐고 말했다.


그 친구는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근데 우리 친구 맞지?"라고 묻더라. 내가 빠른인 걸 알고 물어본 거다. 이미 1학년 때 교통정리 다 끝내놓고선 꺼낸 이야기였다. 1절만 했으면 그러려니 했는데, 나이로 2절까지 하니까 기분이 정말 상했다. 나름 괜찮게 봤던 그 친구 이미지가 한순간에 나쁘게 바뀐 순간이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간혹 이런 영상이 뜬다. '호구 되지 않는 법',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법' 등과 같은 주제의 영상 말이다. 영상을 보면, 옳은 말을 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조금씩은 이를 드러내야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내용처럼 공격성을 보여야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동의한다. 그런데, 간혹 이 좋은 메시지를 이상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공격성을 드러내라는 이야기가, 필요할 때 어느정도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라는 말이지 광역 스킬처럼 아무데나 시비를 걸라는 말이 아니다. 벽에다 주먹질하는 것처럼, 상대는 아무 생각 없는데 혼자 기싸움하고 자아도취하라는 말도 아니다. 싸울 의사가 없는 사람한테 왜 공격을 하는 건가. 참 이해할 수 없다.



크러쉬의 손바닥 밀치기 게임 모습이다. 마지막, 민경훈과의 게임에서 크러쉬가 강하게 손바닥을 내밀지만 민경훈이 회피한다. 그렇게, 크러쉬가 균형을 잃으며 패배한다. 나는 손바닥 밀치기 게임이 사람 간의 기싸움과 비슷하다 느꼈다.


사실, 나는 기싸움이 뭔지 잘 모르겠다. 살면서 '이게 기싸움인가?' 느껴본 적이 없다.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너무 선을 넘는 것 아닌 이상, 자질구레한 일들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나도 실수를 자주 하니까, 한두 번의 사소한 문제는 웬만하면 다 이해한다. 정말 선을 넘는 것 같다고 느낄 때에만 경고를 할 뿐. 그 정도까지만 하라고. 그래도 계속 된다면, 마음 속에서 그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 상대방의 손바닥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방이 내지르는 손바닥에 응하지 않고 있는 거다. 의식하고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별 생각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은 혼자 휘청이다 나한테 포근히 안기지 않을까, 싶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인간관계를 하며 발생하는 사소한 일들에 일일히 의미부여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별 의도 없는 행동을 많이 한다. 하나하나 기분 상하며 지내면 본인만 힘들다. 감정을 크게 건드리는 일이 아닌 이상,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좋 않을까. 별 거 아니면, 푸근한 미소로 기분 좋게 웃어 넘기는 거다.


기싸움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기싸움 자체를 하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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