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넌 꿈이 뭐니?
아저씨, 위험해요. 얼른 내려오세요.
괜찮다. 안 그래도 곧 내려가야만 한단다.
그런데 거기는 어떻게 올라가신 거예요?
어찌어찌하다 보니 올라오긴 했다. 하루하루 성실히 오르긴 했는데, 다 올라오니 추락하는 것만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설마 뛰어내리실 건 아니시죠?
글쎄. 그럴만한 용기가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나이가 드니 용기도 점점 사라져.
저는 어른이 되면 더 용감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사실 저는 날마다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거든요.
지킬 것이 많다는 것은 용기 있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많지.
무엇을 지키시는데요?
처음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니 결국, 다 나를 위한 것이더구나. 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라고 해 두자.
그런데 그 우산은 왜 들고 계세요? 오늘은 날이 아주 맑은데요.
그냥 내려가는 데 도움이 좀 될까 해서.
설마 그 들고 계시는 우산이 낙하산처럼 아저씨 몸을 둥실둥실 뜨게 할 거라 믿으시는 건 아니시죠?
지금 내게 이 추락을 더디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긴 하지.
그렇다면, 우산은 권하지 않을래요. 저도 한번 해 봤었는데요. 팔, 다리만 부러져 고생했어요. 이 이마에 번개 모양 흉터보이시죠? 이것도 그때 난 거예요.
얘야, 넌 꿈이 뭐니?
제 꿈은 자동차 회사 사장이 되는 거예요! 멋지지 않나요? 남자는 역시 자동차라니까요.
멋지구나. 그럼 그때는 나처럼 우산 말고, 튼튼한 낙하산을 꼭 챙기렴. 추락할 때 덜 아프도록.
비행기도 아니고, 자동차에 무슨 낙하산을요. 아, 아저씨, 저 지금 가 봐야 해요. 꼭 안전하게 내려오세요. 알았죠?
아이가 떠난 후, 그 텅 빈 자리를 내려다보는 남자를 상상했다. 쓸쓸한 그의 이마엔 오래되어 희미해진 번개 모양 흉터만이 남아 있었다. 성공과 행복은 비례할까, 반비례할까 고민하며 컴퓨터 화면 속 뉴스를 다시 읽어 내렸다.
속보
B 자동차 코리아 사장 자살. 10년 동안 우울증 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