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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우진 Sep 12. 2021

[blah blah] 언젠가 어제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착륙했습니다

언젠가 어제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다행히 오늘도 평범했습니다.

제겐 지난한 날들이었을까요. 평범한 지금에 웃음 짓습니다. 닷새 전을 붙잡지도, 어제를 써 내려가지도 않습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곧이어 내일로 돌아갑니다. 지나온 길도, 청사진도 그리지 않습니다. 그저 발끝이 닿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무법자의 자유를 모방하던 때엔 존재하는지도 모를 미래로 날아가고자 했습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 온 힘을 다했습니다. 와중에 매일 어제를 써 내려갔습니다. 자유 속에서 날고 있었지만 추억과 기대에 의지한 채 흔들렸죠. 자유가 불안했나 봅니다. 자유는 마음껏 떠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돌아오지 못함을 이야기하기도 하니까요. 자유라는 불안 속에서 평범함을 갈망했습니다. 그만 자유로이 착륙하고 싶었습니다. 어딘가에 발을 내디뎌 디딤 발의 안정을 느끼며 걷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지금. 저는 착륙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날아올랐다고 하지만, 굳이 아닙니다. 저는 착륙했습니다. 담담히 걸어 나갑니다. 내일이 오늘인 양 걸어 나갑니다. 평범함을 사랑할 줄 알아서 다행입니다. 지난한 날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범함을 사랑하게 해 준 어머니께도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아깝지 않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잠시 어제를 써 내려가는 일은 멈추겠습니다. 내일을 그리지도 않겠습니다. 오늘에 끄덕이겠습니다.



물론 다시 돌아오겠죠.

매번 구태여 만든 불안 속에서 위태롭게 유영해온 저는, 때가 되면 항상 평범함을 동경해왔습니다. 걸으면 뛰고 싶었고, 뛰면 날고 싶었고, 날면 걸었던 때를 동경했습니다. 지금은 기어코 걷습니다. 언젠간 원을 그려 또다시 불안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때엔 비로소 어제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지난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말이죠. 후회도 아름다운 미련이라 했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말입니다. 자랑할 것이 있다면 말입니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언젠가 다시금 어제를 써 내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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