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의 책이 몸에 박히면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사랑하는 유민아,

이어졌다 끊어지고 끊어졌다 또다시 이어지는 우리의 편지, 중간에 매듭이 있는 줄이거나 꿰매어 이어 붙이는 퀼트 같구나.

오늘 오전에 미용실에 갔다가 방금 와서 점심 먹었어. 파마하면서 가져간 책 《엄마는 날 몰라》를 겨우 읽었구나. 《새벽빛》도 같이 챙겨갔지만 미용실에 있는 여성잡지를 봤어. 거기에 좋은 내용이 있었어.

개그맨 ‘김학도’라는 사람을 아는지 모르겠구나. 아주 똑똑한 사람이야. 그래서 지금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책 by 책’이라는 코너에 고정출연하고 있어. 그 사람 역시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구나.


잡지에 그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었어. 그 사람은 발음도 아주 ‘좋은데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어 읽은 것이 많은 도움 되었다고 해. 우리가 ‘기적의 독서법’ 할 때도 큰 소리로 읽었잖아. 그러면 내용도 머릿속에 더 잘 들어오지. 그리고 그 사람 책 읽는 방법이 엄마랑 비슷한 면도 있었어. 책을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의견도 써 놓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면 밑줄을 긋기도 한 대.

그리고 10권의 책이 몸에 박히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엄청난 에너지를 갖게 된다고 하더구나. 10권의 책이란 몸에 스밀 정도로 감동과 의미가 깊은 책을 말하는 것이겠지. 유민이도 10권의 책을 만나기 바랄게. 엄마에겐 한 5권 정도가 몸에 박혀 있어.

그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멋진 말을 많이 하더구나.

“순간순간 작은 시간들이 인생을 이루고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순간이요. 웬만하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어떠니? 멋지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기쁜 일이 네 개, 화날 일은 한 개 슬픈 일도 한 개, 즐거움은 다섯 개 정도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 엄마도 우리 삶이 그랬으면 좋겠어. 슬프고 화날 일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겠지만 비껴갈 수 없으니 만나면 그것들도 친구로 만들어 잘 극복해 나가야 할 것 같구나.

유민이 요즘 사춘기인가? 감정 변화가 많이 오니? 엄마가 유민이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건 남의 감정을 너무 살피지 말라는 거야. 엄마 기분 나쁜 일도 별로 없는데 유민이가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진짜 나빠지려고 해. 그리고 유민이는 특별하고 소중하니까 다른 사람에 의해 기분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보렴.


유민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 blende12, 출처 Pixabay



♥하는 엄마께

엄마, 엄마 말이 백 번 옳아요. 제가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사춘기는 예전에 다 지나갔어요. 이제 엄마 감정에 신경을 그렇게 두진 않을게요. 엄마도 좋죠?

드디어 방학하려면 6일 남았네요. 기대가 돼요. 엄마랑 서점도 다니고 싶고, 못했던 영어 공부도 할 거예요.

엄마, 저 예전엔 고민이 좀 많았는데 요즘은 별로 없어요. 엄마 오늘 수업 안 하니까 좋지요? 하지만 사람은 일을 하고 살아야 돼요. 그래야 보람도 있고요.

다음 주에 4교시하니까 좋아요. 집에 와서 샤워도 할게요. 엄마는 제가 껴안는 게 싫어요? 나는 좋은데. 그냥 저를 조금 이해해 주세요.

엄마가 산속에 들어가는 거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판소리 강습소에서 떠나는 산공부). 엄마가 기대하면 저도 기대되어요. 산속에서 몸도 마음도 자라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도 넓혀서 오세요.

엄마가 파마를 하니 앞에서 봤을 때는 예쁜데 뒤에는 왠지 너무 꼬불거리는 것 같아요.

엄마, 엄마는 절 사랑해요! 저도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를 끔찍이 ♥하는 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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