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시. 아침 시간은 너무 빨라. 마치 하늘에서 내리꽂는 비처럼 아주 빠르고 세게 지나가버리는 놈이야.
요즘 유민이가 치아교정과 백반증 치료로 많이 힘들고 지칠 텐데 잘 참아주어서 고마워. 어제는 보쌈도 먹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아토피 깨끗이 치료했듯이 이런 것들로 잘 견뎌낼 거라 믿는다.
유민이가 전혀 아프지 않고 아주 건강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없을 거야. 이제 몸이 좀 불편하고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공감할 거라 생각해. 그리고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것들이니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꾸나.
만약 판도라가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폭력, 분노, 질병, 죽음, 질투, 슬픔 등이 생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이 천국이라면 정말 재미없을 거야. 풍요롭고, 걱정도 없고, 아픔도 없고, 폭력도 없는 세상은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 노력도 하지 않게 될 거니까.
올해는 유민이에게 참 힘든 해이겠지만 잘 견디면 더없이 행복과 기쁨의 시간을 맞이할 거야. 요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으니까 공부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역사 논술 숙제와 시험공부 조금만 해
오늘 소리 공부 안 하고 수요일로 연기되어서 집에 일찍 올 거야. 그럼 이따 보자.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우리가 편지를 오랜만에 쓰네요. 이제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데 조금 있으면 또 토요일, 일요일이에요. 시간이 진짜 빨리 가요.
저는 날씨에 영향을 받나 봐요. 오늘 같이 흐린 날은 진짜 운도 안 좋고 기분도 꿀꿀해요. 이럴 때 엄마가 있으면 좋은데……. 아, 진짜 내 짝꿍 왜 그러는지 몰라요. 그런 애가 다 있나? 근데 무시해버릴 거예요.
어제는 자전거도 타고 보쌈도 먹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보쌈 맛있었어요.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범위 내일 나온대요.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일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사회과학 봐줄 수 있어요? 공부 쉬엄쉬엄 할게요. 모르는 건 엄마한테 물어봐도 되지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힘을 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