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깔딱고개 계단은 몇 개일까

[ 관악산 토크 에세이 6 ] 관악산엔 숨넘어간다는 깔딱 고개가 있었으니

by 유리안


산행은 늘 설레고 갈 때마다 매번 처음인 것 같은 심경이다. 산의 특성마다 어김없이 힘든 코스를 거쳐야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이런 현상은 어느 산에나 적용되는 법칙처럼 관악산도 예외 없이, 그 자리에서 꼴딱 죽을 것만 같은 악명 높은 깔딱 고개에 이르게 된다. 이 나무 계단은 도대체 몇 개나 되기에 이토록 힘이 드는가 말이다. 숨이 꼴딱 넘어가기 전에 알고나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세면서 오르기도 한다.


계단 수를 세면서 올라가는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청년들이 명랑하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나도 맞인사를 하다가 몇 개까지 세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다음 날 다시 시도하고 정확하지 않아 또 세어 보니 이 마의 계단은 총 411개에서 멈춘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니 심경이 천국의 계단으로 바뀐다. 한껏 올라왔던 헉헉대던 감정과는 다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연주대 방향 마지막 길로 향한다. 이제 다 거의 올라온 거다.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가파른 몇 개의 지점을 올라왔으니 가장 힘든 마지막 지점인 줄도 알고 있건만 남의 속도 모르고 까마귀는 가장 가파른 지점에서 악악 꼭 더 크게 울어댄다. 관악산에서 듣는 까마귀의 소리는 다양하다.


대부분의 까마귀는 표준 그대로 운다, 깍깍, 까악까악에 가까운 "아악아악" 혹은 "악악악악." 그러나 어떤 까마귀는 4음절까지 내며 "가가가각" 울어대는 까마귀도 있다. 15번을 연속 악악악악하며 길게 우는 까마귀도 있다. 또 어떤 까마귀는 "갈락갈락갈락" "가악각각" 하고 우는 까마귀도 있다. 가장 큰 웃음을 자아내는 까마귀는 허스키한 까마귀다, "거거거걱."


허스키한 까마귀 울음소리에 크게 웃으며 관악산을 내려온다.





#노트

워낙 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었는데 요즘에는 엠지 세대들의 인파로 더 북적이는 산이 되었다.

방송이 그들을 산으로 보냈지만 어쨌든 좋은 현상이다. 다른 어떤 걸 하는 것보다 산에서 노는 것이 더 건강한 생각인 것 같아 좋다. 방송의 힘으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현상 중 하나로 관악산 정상 연주대나 큰 바위 앞에서 눈 감고 소원을 비는 친구들도 많이 보게 된다. 관악산 기운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바쁘겠지만 모든 사람의 소원이 잘 풀어지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