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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Mar 30. 2020

친구네 부부가 코로나에서 회복했다.

스스로 자가 치료할 수밖에 없는 프랑스의 현실


아침에 일어나면 확인하는 전 세계 확진자 숫자와 현 상황들, 그리고 뉴스를 통해 보는 바깥세상.

거짓말 같지만 정말 프랑스는, 그리고 파리는 올 스톱이 되었다.

현재 쏟아져 나오는 이 숫자들은 최소 일주일 전에 감염된 자들의 수치이므로 앞으로도 더 수치는 올라갈 거라는 예상이며 아직 피크를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한 두려움을 만든다.


뉴스 속에서 보는 세상은 24시간 온통 바이러스 이야기이며 매일 저녁 8시 의료진들을 위한 시민들의 박수와 격려에 힘을 내주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멘탈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중증 환자들을 전용기를 통해 이웃 나라 독일로 이송하기도 하며 외국 의료진들을 받기도 한다.


100만 마스크가 도착했다.


오늘 자 뉴스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도착했다고 전했다.

일손은 물론, 의료진들을 위한 마스크를 포함한 보호장비가 턱없이 부족하여 매일 감염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들의 푸념을 뉴스에서 전해 들으며 도울 수 있는 건 그저,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며 조금이라도 감염자 수를 줄이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집계된 감염자 수는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자가 치료를 하고 있는 감염자는 반영되지 않으며 사망자 수도 또한 치료를 받다가 사망된 사람들만 집계된다 하였으니 통계된 숫자 뒤로 +@는 당연하다는 이야기이다.



자가 치료로 완치 중이야


그저께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다가 친구는 남편과 실은 코로나에 감염되었었다고 말했다.

2살 배기 아들은 다행히 아무런 증상이 없고 (무증상 감염도 있다고 하지만 아니길 바라며)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꼬박 20일가량이 걸렸다고 했다. 2주전 외출금지에 들어가면서 한번 연락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미 일주일째 발열과 몸살 기운에 남편과 자택 근무를 하며 쉬고 있다고 했으니 그녀 말대로 꽤 오랜시간 고생을 한거였다. 물론 그때는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코로나를 의심했지만 감기 몸살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저께 온 연락에서는 해열제로 열은 내렸으나 기침과 감기 기운은 떨어지지 았았고 결정적으로 후각과 미각에 감각이 무뎌지면서 코로나를 확신했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과 필사적으로 자가치료를 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상당히 호전되었으며 미미한 증상만을 남겨두고 계속 치료 중이라며 안심시켰다.


실제로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자가치료 중이거나 혹은 완치된 지인들의 이야기가 공유되어지고 있는데 혼자서 두려움에 노출된 유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멘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병실과 일손이 모자란 프랑스에서 발열과 초기 증상으로 구급차를 보내줄 리 없으며 주치의를 통해 상담을 받고 난 뒤, 호흡에 문제가 없으면 자가치료를 권고하며 증상을 지켜보자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사실에, 그리고 가족이 있는 사람은 본인을 통한 감염의 우려를 걱정하며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로 자가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바이러스 노출에는 자유롭지만 치료에는 제한이 따르는 프랑스 시스템에서도 개인주의는 정신은 발휘되어야 한다. 너도 나도 서로를 도우며 남의 처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니 없는 마스크와 소독제는 스스로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만 외출 증명서를 지참하여 나간다.

세금을 내고 있는 이 나라가 나를 위해 기초적인 보장을 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푸념만 늘어놓을 순 없으니까 말이다. 



외출 증명서를 검사하는 경찰들


[Restons chez nous, Stay Home]이라는 슬로건을 지키며 2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주 더 정부의 관리하에 4월 15일까지 외출금지는 이어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썼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장을 보러 간다는 명목으로 여럿이서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창밖으로 보는 바깥은 햇살 가득해 평화로운 봄인것 같으니 말이다.


감염이 된다고 해서 사망으로 직결되는 무서운 병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지만 '나는 안 걸리겠지, 혹은 걸려도 면역력이 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들이 결국 프랑스를 올 스톱으로 만들었고 그 연장선에서 분명히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안일한 생각들이 면역력이 약한 자들에게 전염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고충이 늘어나면 우리는 이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Restez chez vous! (Stay at Home)

보름 뒤, 우리는 또다시 강제 자가 격리라는 생활을 이어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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