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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Jul 28. 2020

음성이지만 자가 격리 중입니다.

슬기로운 한국의 격리 생활 2주

1년 만의 한국행이다.


두 달간 프랑스에서 외출금지가 되던 때에도 한국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버텼는데, 입국 후 2주 격리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티켓을 끊었다.


2주 격리를 생각하면 최소 바캉스는 4주, 혹은 5주 여야 한국행이 가능한 올해 여름, 대부분의 지인들은 프랑스에 머물기로 했다. 남부와 프랑스와 스위스, 이태리 경계를 여행하며 산으로, 바다로, 자연으로 바캉스를 보낼 계획이란다.


다 같이 여행이나 캠핑이라도 가자고 꼬시던 친구들을 뒤로하고, 코로나의 여파와 함께 겹친 감정 소비로 마음의 기력이 떨어진 터라, 한국을 다녀오기로 했다.


텅텅 빈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빈 좌석들 덕에 누워서 편안히 비행을
코로나 검사를 위해 무한 대기 중 @인천공항


비성수기 때 한국을 다녀오면 가끔 이런 때가 있었다.

좌석 3개가 모두 내 것이 되는 행운(?), 혹은 다리를 뻗고 갈 수 있는 좌석이 남아 여유롭게 고를 수 있다던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승객이 없는 국적기는 8월도 비어있는 좌석이 많았다.

덕분에 11시간의 비행을 오래간만에 편하게 왔다. 밤 비행기에 맞춰 한숨 자고 일어나 일기 한편 쓰고, 식사하고 영화 한 편 보니 인천공항 도착. 이런 식이라면 장거리 비행도 할만한데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가 할만하지 않는 여정이었다.

사전에 기내에서 전해받은 코로나용 체크리스트에 별생각 없이 혹은 양심적으로 [콧물 있음]에 체크를 한 이유로 인천공항 입국심사도 전에 마련된 검진 안내소로 안내되어 직원과 상담 후,  옆 칸으로 넘어가 의사와 상담.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 후, 해외 유입된 다른 유증상자 (그렇다, 콧물은 유증상자로 구분되었다!) 들과 함께 나라에서 마련한 시설로 격리되어 1박.

새벽 동안 전송받은 메시지에 음성이 뜨면 귀가가 가능하다는 일정을 안내받고 나서 또 무한 대기가 시작되었다.


인원이 다 모여 검사실로 이동, 한 명 한 명 차례로 검사 후 다시 대기실로 이동, 119에서 마련해 주신 차량으로 호텔까지 이동하여 저녁 도시락을 하나 챙겨 들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 체크아웃 시간까지 무한 격리되었다.



매일 이렇게 고생하시는 119 구조대분들
이렇게 좋다고?


15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해 19시가량이 되어서 호텔로 들어왔다.

며칠 전에 먼저 입국한 파리 지인은 공항에 도착해 바로 짐을 찾아 1시간 이내로 (해외유입자용) 광명역 가는 버스를 이용해 귀갓길에 올랐다고 했는데, 너무 솔직하고 양심적으로 쓴 체크표로 1박 격리 신세가 되었다.


한창 4-5월 코로나가 해외에서 피크를 찍을 즈음 귀국한 사람들은 모두 검진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프랑스 내  한인 커뮤니티의 후기를 봤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듯 체크리스트와 상담에 따라 분류되었다.


대기와 이동시간이 아깝긴 했지만, 정확히 음성 판단을 받고 자가 격리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주말에만 사용하는 텃밭이 있는 시골집에서 혼자 격리를 할까 하다, 밤에 혼자 지내는 게 무서워 가족과 함께 내 방에서 자가 격리를 하기로 했으므로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결과가가 안심이 되었으면 했다.


물론, 이 결과는 파리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던 시점의 결과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훌쩍였던 콧물이 양성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긍정적 신호에 가깝다는 말이니까.




체크 아웃을 대체 몇 시에 해야 하나 싶었는데, 새벽에 '음성'이라는 인천 공항 검역소의 확인 문자를 받고 나서야 호텔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마드모아젤 씨, 음성 결과 나왔으니 6시 30분까지 로비로 내려오셔서 체크 아웃하시면 됩니다'


보건소에서 보내온 격려 물품들. 무려 쌀이 들어있었다!!
격리 동안 친구가 되어줄 아이들을 주문했다.
파리에도 이런 마스크들 많이 팔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 마스크가 넘쳐난다.


입국 날짜를 포함하여 2주간의 격리가 시작되었다.

공항에서 다운로드한 자가격리 어플과, 격리 주소와 번호를 가지고 매일 하루 두 번 체크가 이루어졌다.

어플로 위치 추적을 하고 전달받은 온도계로 하루 두 번 체온과 증상 체크를 결과를 보낸다.

그리고 매일 전화로 하루 두 번 담당자와 오늘은 별 이상이 없었는지 확인을 한다.


참 철저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나 꼼꼼한 방역 시스템이라니. 직접 경험해 보니 새삼 대단하다 싶었다.

코로나가 발생한 시점부터 약 6개월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경건해졌다.


프랑스와 다르게 전 국민이 어디서든 마스크를 착용한다. 장마철이라 덥고 습한 이 와중에도 말이다.

2주간 꼼짝없이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뉴스에는 매일같이 감염자 수가 투명하게 보도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어디서든 보인다.

온 국민이 코로나에 맞서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구나, 입국을 하고 바라본 대한민국 현주소를 실감하자니 프랑스,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최근엔 파리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회사 동료 중 확진자가 발생해 팀원 전원이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예전보다는 검사와 결과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니 한숨 놓이긴 하다.

그러나 확진자가 될 경우의 대책은 역시 한국만 못하다는 이야기로 스스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원점이 된다.

마스크 없이 바캉스를 즐기며 '확진자만 마스크 쓰는 거 아니에요?'라고 프랑스 뉴스에 나와 떠들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자가 격리 해제를 이틀 앞두고 지역 보건소 콜을 받아 마지막 세 번째 검사를 다녀왔다.

물론 이동은 자차, 그게 불가능할 경우 보건소에서 마련해 준 교통으로 이동해야 한다.


검사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역시 코로 들어오는 긴 면봉은 낯설다.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격리 기간을 다 채우고 외출을 하라는 당부와 함께 귀가를 하면서 오랜만의 나의 짧은 바깥 구경은 끝이 났다.

프랑스에서의 두 달간의 격리는 그래도 하루 몇 번, 정해진 시간과 목적에 따라 외출증과 함께 외출이 가능했지만 집 앞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일 조차 허가되지 않는 한국에서의 격리는 역시나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에 틀림이 없다. 매번 한국에서의 일정이 빡빡했던 내가 귀가하면 집에 있는 게 신기하면서도 좋은 가족들은 나의 강제 격리 생활을 반겼지만 말이다.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리는 그날, 언제가 될까?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에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만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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