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어린이가 그토록 자전거를 좋아한 이유

자기 분석 프로젝트 1탄

by 김에녹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이것이다.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뭘 잘하지?' 20대에 진작 끝냈어야 했을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을 이제야 하기 시작하다니. 애석하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을.


이러한 이유로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려고 한다. 바로 '나 알아가기' 프로젝트다. 단순한 프로젝트다. 경험했던 것, 느꼈던 것들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스스로 파악해 가고자 한다. 혼자서 생각으로만 하자니 한계가 있어 글을 쓰기로 했다. 혼자 글을 쓰자니 이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브런치에 발행하려고 한다.


글은 주로 살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을 소재로 쓰려고 한다. 좋은 기억이든, 싫은 기억이든 둘 다 활용할 것이다. 좋은 기억에서는 왜 그것이 좋았는지를, 싫은 기억에서는 왜 그것이 싫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려 한다. 최소한 3번의 '왜?'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계속해서 '왜?'를 묻다 보면 본질의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어린 시절의 나부터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한계가 있어 나의 어린 시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어머니에게 먼저 질문을 했다. "엄마, 저는 어릴 때 뭘 하는 걸 재미있어 하고 뭘 잘 했나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답변이 나왔다. 자전거, 레고, 인사 잘하기, 책가방 미리 준비하기, 표현 잘 하기, 여리고 따뜻했음.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어린 시절 추억으로 소환시킨 것은 바로 자전거였다.


나는 자전거를 참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주공아파트에 살았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최소 1000세대는 넘는 대단지였다. 약 50~60동 정도 있었던 기억이다. 그랬기에 아파트 단지 내 곳곳은 나만의 라이딩 코스였고, 학교가 끝나면 5일 중 3,4일은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는 했다.


자전거를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자전거를 타면 어린 나이에 비교적 넓은 반경을 누비고 다닐 수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초등학생이 혼자서 다닐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기껏해야 10분 거리의 학교, 그리고 그 근처의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그리고 우리 동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 정도였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 평소에 내가 안 다니던 곳을 새롭게 가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걸어서는 잘 가지 않는 곳에도 자전거를 타고는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늘 새로운 길을 많이 찾아다녔던 것 같다. 이를테면 매일 같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더라도, 오늘은 1, 2, 3, 4동 순으로 아파트 단지 골목길을 순회했다면, 그 다음 날은 4, 3, 2, 1동 순으로 다니고는 했다. 같은 길로만 매일 타는 것은 지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길로 다니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 새롭고 신났다. 그렇게 하다하다 모든 코스를 다 다니면, 다시 1, 3, 2, 4동 과 같은 식으로 순서를 아예 지그재그로 다니기도 했다. 그 자체가 나에게 놀이였던 것이다.


새로운 길을 다니다 보면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지금도 길을 걸으며 두리번거리는 것이 습관이다. 종종 아예 뒤를 돌아보기까지도 한다. 앞만 보며 걸었을 때는 한 방향의 풍경만 보이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어쩌다 뒤까지 돌아보면 전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이때 묘한 작은 뿌듯함이 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이러한 습관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새로운 길을 다니면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자동차를 보거나, 새로 생긴 가게를 발견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가끔은 그렇게 새로운 길을 탐험하다가 너무 멀리 가기도 했다. 그럴 땐 또 어린 나이라고 겁을 먹고는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다 아는데도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에, 그리고 아예 모르는 곳이라는 사실에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볼 때, 적당한 틀 안에서의 새로움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 지금은 이 점은 달라졌다. 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즐기는 편이며, 특히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에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유명한 여행지에 가서도 남들이 다 가는 관광지 보다는 나 말고 다 현지인 밖에 없는 곳을 더 좋아한다.


특히나 좋았던 기억은 사직운동장에 자전거를 타러 갔던 기억이다. (사직운동장은 서울로 치면 잠실종합운동장과 같이 여러 종목별 체육관이 모여있는 종합 체육단지 개념이다.) 사직동은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최소 40분은 갔어야 했기에 자주 가지는 못했고,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갔다. 그곳에는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거기서 평소에 타지 못했던 좋은 자전거를 빌려서 사직운동장 곳곳을 누비는 것이 요즘 말로 '찐행복'이었다. 자주 갈 수 없던 곳이었기에 그곳을 구석구석 누비며 새로운 것을 눈에 담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더욱이 사직운동장은 정해진 바운더리가 명확하다. 그랬기에 더 마음 편하게 그곳을 누비고는 했다.


이 정도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의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자전거를 타면 평소와 다른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나만의 로드웨이(Road Way)을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이 생각은 지금 내 성격의 또다른 면과도 연결된다. 나는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곧장 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너무 도를 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즉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율적으로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자전거는 이러한 지금의 내 성격을 나타내 주는 하나의 모습이라니, 새로운 발견이다.




세 줄 요약


1. 나는 자전거를 매우 좋아했다.

2. 자전거를 타면 매번 새로운 곳에,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을 좋아했고, 나만의 방식이라서 좋았다.

3. 지금도 나는 정석 내에서 나만의 방식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